[전문가기고] 이머징 통화위기 재연 우려는 과도
[전문가기고] 이머징 통화위기 재연 우려는 과도
  • 김재호 리딩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kimjh1@leading.co.kr
  • 승인 2014.02.07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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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호 리딩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1월 23일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던 아르헨티나 페소에 대해 아르헨티나 정부가 외환보유고 소진에 대한 우려로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함에 따라 실질적으로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이머징 통화의 동반 약세가 진행되었다.

여기에 덧붙여 이머징 시장의 맹주 격인 중국의 제조업 지표가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된 한편, 1월 29일 미국 연준이 예정된 수순이긴 했지만 100억불 규모의 양적 완화 추가 축소를 발표하면서 이머징 시장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면서 미국 주식시장도 하락한 한편 안전자산 선호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 주식시장은 급락세를 보이는 등 이머징 시장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한편, 지난 해 미국이 30%, 일본이 50% 오르는 동안 0.7% 상승에 그쳤던 한국주식시장도 상대적으로 하락폭은 작았으나 이번 주 중반까지 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되고 있는 미국 유동성 축소로 인해 1994년 미국 금리 인상 이후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이어졌던 사례가 되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머징 금융위기 발발 전후 상황을 잠시 살펴보면, 1987년 블랙 먼데이로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한 이후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던 미국 경제가 1993년 클린턴 대통령 집권 이후 한 해 동안 이전 4년간 만들어진 일자리 수 보다 더 많은 16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면서 경제의 활력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은 1994년에 3년 동안 3%에 묶어 놓았던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 다음해 6월 6%까지 인상했다. 이로 인해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당시 1400억불에 달하는 대외채무와 외채 원리금 상환액만 310억 달러에 달했던 멕시코는 1994년에 금융위기를 맞게 되었고 이를 기점으로 1997년에는 아시아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과 현재의 이머징 시장은 경제의 규모 뿐 아니라 경제체질도 차이가 크다. 1990년대 중반에는 멕시코,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등 금융위기를 겪은 대부분 이머징 국가들이 고정환율제를 유지함에 따라 환율이 각 국의 경제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투기세력들의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현재는 대부분의 이머징 국가 통화가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2000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글로벌 경제가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시장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규모 확대와 함께 GDP 대비 외환보유고 수준도 태국의 경우 1995년 20%에서 지난해 3분기 현재 40%로 증가했고, 한국도 30% 수준에 달하는 등 1990년대 중반에 비해 2배 이상 커진 국가들이 많아 이머징 국가 전반적으로 통화위기가 발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론 재정적자와 경상적자가 모두 심각한 남아공, 인도, 터키 등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가와 통화 약세로 수입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금융위기가 전반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국가들 중 인도, 남아공 등은 지난 해 미국 양적 완화 축소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경상수지 적자 축소,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일정 부분 보완 조치를 취함에 따라 위기에 대한 면역력을 상당부분 키워 놓은 상태이다. 따라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 회복기조가 이어질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머징 시장 통화불안도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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