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사 사고, 엄포보다 일벌백계
[기자수첩] 금융사 사고, 엄포보다 일벌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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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앞으로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일어날 경우 회사와 CEO를 비롯해 최고 수준의 행정재제를 부과하겠다" "사고가 발생하면 CEO는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각오를 하고 업무에 임해 달라"

지난 14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직접 '금융사 고객정보 유출 긴급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일갈했다. 최근 일어난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건을 직접 챙기고 처벌도 엄격히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금융당국 수장이 이처럼 강도높은 제재를 언급한 배경은 무엇일까.

사안의 심각성이 주된 배경이 됐겠지만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사들의 안일한 행태 역시 또다른 배경이었을 것이다. 또 금융사들의 안일한 행태는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금융당국 역시 책임론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 지난해 12월 발생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도 금융당국은 강력한 처벌을 시사했지만 제재 여부에 대해서는 함흥차사다.

그나마 CEO가 금융사고로 문책을 받은 사례는 지난해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농협 전산마비 사고 이후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교체 뿐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전산사고 외에 정치적 배경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교체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더욱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농협금융 계열사 CEO의 경우에는 어떠한 불이익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사고에 대한 당국의 처벌은 억제력을 갖기 어려웠다. 매해 금융사고로 고객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사고를 오히려 부추겼다는 비난까지 제기되는 이유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금융당국이 이번 정보유출 사고에 대해 유례없는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혔다는 점이다. 신 위원장의 공언이 공언(空言)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금융사 스스로도 금융사고에 대한 각별한 위기의식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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