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주택 '시프트' 급감…전세난 가중 우려
장기전세주택 '시프트' 급감…전세난 가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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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물량 8% 수준 그쳐…부지 확보도 난항
"경쟁률 과열 우려…전세난 부추길 듯"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서울시의 대표 장기전세주택 프로그램 '시프트'의 올해 공급량이 전년대비 85%나 급감했다. 마곡과 내곡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데다 기존 사업비를 회수하기도 전에 신규공급에 나서기에 부담스럽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세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프트 물량까지 줄어 세입자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최근 SH공사는 올해 시프트 공급안을 잠정 확정하고 이달부터 차례대로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 공급물량은 938가구로, 6065가구가 공급된 지난해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시프트가 본격 공급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공급량이다.

시프트는 주변 전세시세의 80% 이하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서울시의 대표 임대주택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연도별 청약경쟁률을 살펴보면 2007년 9.1대 1, 2008년 9.8대 1, 2009년 11.9대 1, 2010년 6.9대 1, 2011년 10.1대 1, 2012년 16.3대 1을 기록하며 7년째 마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도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SH공사의 자체사업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공급되는 자체사업 물량은 515가구가 전부다. 마곡·내곡지구 등 대형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물량이 쏟아졌던 지난해(5959가구)의 1/10 수준에도 못 미친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시프트를 지을 수 있는 개발택지가 절대 부족한데다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의 공급여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도시 외곽지역의 대규모 택지를 이용, 장기전세주택을 지었지만 이 같은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워 더 이상 대규모 시프트를 공급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도심지 공용주차장을 개발하거나 시가 보유하고 있는 땅에 시프트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곳곳이 백지화되고 있다는 점도 시프트를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시가 자체사업 외에 시프트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늘어난 주택 중 일부를 시프트로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뉴타운 출구전략 발표 이후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이 혼선을 빚고 있는데다 수익성 문제로 사업을 철회하는 곳도 빈번해 이들 사업을 이용해 시프트 공급을 늘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심각한 전세난을 고려할 때 매년 시프트 공급량을 늘려야 하는 것에 공감하지만 요즘처럼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공급량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입주 당첨이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공급분 총 6000여가구가 모두 조기마감을 기록했으며 단 1가구 모집에 400여명이 몰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시프트 입주가 더 치열해지는 것은 물론, 비수기에도 전셋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전세 구하기도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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