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이하 회사채, 금융위기 이후 첫 순상환
A급 이하 회사채, 금융위기 이후 첫 순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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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지속…하위등급 자금조달 어려울 것"

[서울파이낸스 고은빛기자]  지난해 회사채 시장은 웅진과 동양 등 부도사태로 인해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회사채 시장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A등급 이하 기업들의 자금조달 애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A등급 이하 무보증 회사채는 9조1173억원 발행됐으며 만기 도래한 규모는 15조9313억원으로 6조8140억원의 순상환을 기록했다. A등급 이하 회사채가 연간 순상환을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인 2008년(349억원 순상환) 이후 5년만이다. 규모로는 지난 2002년 7조4969억원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반면 AA등급 이상 회사채는 33조584억원이 발행됐으며 만기는 20조8202억원으로 12조2380억원이 순발행됐다.

이런 현상은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웅진, STX, 동양그룹 사태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은 반면 AA이상 높은 등급을 가진 기업의 회사채에만 투자자금이 몰렸던 셈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7일 발표한 '2013 채권 장외시장 동향'에서도 양극화 현상은 뚜렷했다. 지난해 회사채 시장에서 AAA등급 발행은 1조6213억원에 달했으며 전체 회사채 발행 시장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A등급 회사채 발행비중은 13.9% 감소했으며 BBB이하 등급 발행 비중도 2.6% 줄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동양사태 등 신용등급 하향 영향으로 회사채 발행(ABS제외)은 전년대비 9603억원(12.5%) 감소했다. 거래량도 지난해 207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11% 감소했다. 지난해 채권 시장 전체 발행 금액이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전년대비 12조2000억원(2.1%) 증가한 59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채 시장은 침체됐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회사채 시장도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동양, 웅진, STX그룹의 신용등급이 투자가능 수준이었음에도 부도사태가 발생해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누적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원태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부 한계업종은 투자심리 악화로 차환리스크가 커지겠지만 나머지는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회사채 발행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변정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지난해 기업들의 신용등급 조정을 받은 영향이 크다"며 "신용등급 하락 우려는 완화됐지만 회사채 시장에서 A급도 인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양극화가 지속되면서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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