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카드채 기금 조성 실효성 의문
(분석)카드채 기금 조성 실효성 의문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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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발 부실 전 금융권 도미노 초래' 우려 커
금융당국의 카드채 지원방안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카드사 이외 금융권의 고통분담도 문제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것이다. 자칫 금융권 전체가 수렁에 빠져드는 동반부실 가능성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업계 분위기로 봐서 2일 금융정책협의회에서 카드채 지원방안을 통과시키려는 금융당국의 시도가 무리없이 진행될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모색하는 방향은 올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카드채 11조원을 은행-보험-증권-투신 등 전 금융권이 분담, 요동치는 채권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안은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5조5천억원대의 채권안정화기금을 마련해 카드채를 매입하고, 5조5천억원의 카드채는 6월 이후로 만기 연장 하는 등 총 올 상반기까지 만기도래 11조원의 카드채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자금조달 방법으로는 금융권별로 은행(3조2천억원), 보험(1조5천억원), 증권(3천억원) 등이 각각 해당금액을 갹출토록 하며 5조 5천억원의 카드채를 보유한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만기를 6월 이후로 무조건 연장토록 창구지도를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금융권은 금융당국이 업계의 현실을 도외시한 채 카드업계 하나 살리자고 금융권 동반부실 가능성에 대해 애써 눈을 감으려고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드사 부실도 문제지만 증권 보험 은행 등 금융권이 최근 수익성 악화와 SKG 사태, 미-이라크 전쟁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카드채 기금 조성에 동참할 여력이 없는데다 카드사의 부실이 언제 해소될지도 불투명하다는 시각이어서 지원에 나서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금융권의 부정적 반응은 은행권에서부터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지난 달 17일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 방안 중 하나로 은행권에 카드사의 신용공여한도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은행권은 현재 사외이사가 한도를 조정하고 있는 등 내부 규정상 임의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최근 SKG사태와 카드채 가격 폭락 등으로 추가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다 미-이라크 전쟁으로 외화수급 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권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요구대로 카드사들의 신용공여한도까지 늘려줄 경우 추가적인 대손충담금 적립 부담이 발생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증권업계 또한 적자 확대와 미매각 수익증권의 증가 등을 이유로 카드채 기금 부담을 꺼리고 있다. 지난해 역마진으로 고생했던 보험업계도 카드채 기금 조성에 부정적이다.

증권업계는 증시침체 장기화와 환매사태 등으로 유동성이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어서 기금을 갹출할 경우 불투명한 시장상황에서 업계 전반적으로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인식이 금융권으로 하여금 정책당국의 카드채 지원 방침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금융권은 카드발 금융권 동반부실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카드사 적자 확대의 주요인이 날로 늘어나기만 하는 연체율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체율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연체율은 곧바로 적자로 이어져 일부 대형사들은 벌써부터 조단위 적자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몇몇 카드사의 흑자 부도도 예견된다. 게다가 카드사들이 시장에서 빌려다 쓴 돈도 무려 85조원에 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은 카드사들의 적자규모가 드러나지 않는 데다 카드업계의 옥석도 분명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지원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금융권이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지원에 나선다고 해서 사정이 좋아질지도 의문인데다 한번 손을 댔다가 코까지 꿰이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 현재 금융권의 광범위한 인식이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옥석을 먼저 가려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카드업계의 자구 노력이 선행되고 업계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다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한 시점에서 지원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는 지원 자체가 무의미하며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 뿐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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