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워치] 통상임금 판결…자동차업계 '초비상'
[비즈워치] 통상임금 판결…자동차업계 '초비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차, 수조원대 추가비용 떠안을 판
외국계 업체, 위기론에 '엎친데 덮친격'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갑을오토텍 근로자 및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 2건에 대한 선고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날 대법원은 "상여금을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면 통상임금"이라며 "일정한 대상 기간에 제공되는 근로에 대응해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지난 수십여년간 국내에서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날 판결에 따라 임금 산정 기준이 노동계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뒤집힌 셈이다. 

이에 따라 통상임금과 관련해 노사 소송을 벌이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 대다수 완성차 업체가 관련 소송을 진행하는 중이다.

우선 현대·기아차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면 매년 2조원 이상(추산금)의 추가 비용을 떠안을 것으로 추산됐던 만큼, 이번 판결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앞으로 나올 고용노동부 입법 내용과 지침을 지켜본 뒤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부담금 액수는 아직 추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 측은 "이날 판결 내용을 해석한 결과 과거 3년치 소급분에 대한 지급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을 보면,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제외하기로 합의했을 경우 추가 임금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며 "노사간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도 개별 소송 결과에 따라 수천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의 경우 지난해 통상임금 소송에 패소할 경우를 대비해 8000억원의 충당금을 마련하면서 3404억원의 영업손실을 입기도 했다.

특히 이들 외국계 자동차 회사는 글로벌 본사가 국내 노동임금 문제에 대해 꾸준한 회의감을 표명해온 만큼 이번 판결이 더욱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두 회사 모두 최근들어 생산물량 축소가 주요 이슈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판결이 모기업의 투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댄 애커슨 GM 회장은 지난 5월 방미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된다면 한국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애커슨 회장의 발언은 통상임금 문제의 결론에 따라 GM의 한국 투자 계획이 바뀔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다.

한국지엠의 인건비 부담이 지금보다 늘어난다면 장기적인 생산 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GM 본사가 한국 생산 물량을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도 국내 생산환경에 대한 회의감을 반증해주는 부분이다.

르노삼성도 모기업인 르노그룹이 국내 임금 문제에 부담감을 드러내온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방한한 제임 스톨 르노그룹 부회장은 "한국 자동차 업계의 노동자 임금은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인해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최근 국내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통상임금 문제로 대내외적인 변화가 있겠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서는 부담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모기업의 투자 계획은 변동 사항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