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비트코인과 통화정책 신뢰성
[전문가기고] 비트코인과 통화정책 신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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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주 대신증권 연구원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비트코인은 디지털통화로 통화량을 조절하는 중앙은행이 없다. 네트워크 내에서 프로그램 연산문제를 풀면 누구나 비트코인을 생성할 수 있다.

올해 초 대비 비트코인 투자 수익률은 6500%로 어느 자산보다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매장이 등장하면서 비트코인이 대안 화폐가 될 수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연방준비은행이나 유럽중앙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에서도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사용 가능하다고 언급한 점 역시 비트코인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데 한 몫 했다.

그러나 실제로 비트코인이 원화나 달러화처럼 지불수단으로써 널리 사용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금이나 은과는 달리, 비트코인은 코인 자체에 대한 수요가 없는 명목화폐다. 명목화폐가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이 화폐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회적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비트코인이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트코인의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이는 변동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티머니처럼 원화와 티머니의 교환비율이 1:1로 고정돼있지 않고 매일 바뀌기 때문에 기존 통화인 원화와 비트코인을 같이 병행해서 사용하기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몰아친 비트코인에 대한 이례적인 관심의 이면에는 비트코인이 기존 통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보다 기존 통화가치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즉, 중앙은행이 발행량을 통제하는 기존 통화 시스템에 대한 반발로 비트코인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 4월에도 비트코인 가치는 급상승 한 바 있다. 당시 키프로스 정부는 구제금융 조건으로 예금에 대한 과세를 실시했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예금의 가치가 인위적으로 줄어들면서 유로화는 가치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화폐 기능을 의심받게 된 것이다. 예금 과세를 결정한 유로화뿐만 아니라 정부 통제 하에 있는 통화 전체에 대한 의심이 확산되면서 중앙통제기구가 없는 비트코인은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인식됐다.

따라서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는 통화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 연준이 금리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한 이후 캐나다, 유럽, 영국 등 주요 중앙은행들은 금융 시장과의 소통을 새로운 정책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금융시장과의 소통은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중앙은행의 의도를 명백히 시사함으로써 시장에 정책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고, 이에 따라 시장 금리도 낮은 수준에서 유지시켜 통화정책의 효과적인 파급을 도우려는 데 목적이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중앙은행의 소통 확대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기여했다.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할 수 있다는 발언만으로도 모기지금리는 5월초 3% 중반대에서 4% 중반대로 상승했다. 양적완화 축소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독일국채와 미국채와의 금리차는 5월초 42.5bp에서 최근 102bp로 확대됐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기업과 가계의 조달비용 증가는 연준의 소통정책 실패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10월 FOMC회의록을 보면 연준 역시 시장과의 소통 강화 필요성을 깨닫고 있는 것 같다. 연준 FOMC위원들은 비농업고용자수나 실업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자동적으로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메커니즘을 제시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자산매입 기한이나 총 매입액을 제시하자는 옵션도 논의됐다.

비록 10월 FOMC회의에서는 소통정책에 대한 어떤 결정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연준의 소통정책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은행의 소통정책 강화는 통화정책과 통화가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의구심 확대로 각광받던 비트코인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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