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캐몽'의 씁쓸한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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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임초롱기자] 한동안 '제2의 교복'이라고까지 불리며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노스페이스 패딩점퍼가 한물가고 '캐몽'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분위기다.

캐몽은 고가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인 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의 앞 글자를 따온 합성어로, 이들 제품의 가격대는 최소 100만원대부터 시작해 최고 300만원대를 웃돈다.

그러나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오히려 재고가 동이 나 없어서 팔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강남 일대의 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 매장에서는 주요 제품이 품절돼 구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프리미엄 패딩 점퍼 트렌드를 반영해 이마트에서는 지난 20일부터 4일 동안 캐나다구스 800벌의 물량을 확보해 20~30% 할인 판매했다. 이마트는 병행수입을 통해 들여온 캐나다구스 제품의 가격대를 90만원선까지 낮춰 행사 첫날 대부분의 물량을 팔았다. 앞서 지난 9월초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의 일부 매장에서도 병행수입으로 캐나다구스를 들여오자마자 조기 품절된 바 있다.

최근 10대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프리미엄 패딩 점퍼의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 압구정 등 강남의 일부 10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것이 점차 10대 전반의 청소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노스페이스 등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가 대중화되면서 차별화로 주목받고 싶어 하는 심리도 한몫한 듯하다.

문제는 10대들이 너도나도 캐몽을 선호하게 되면서 또 하나의 '등골브레이커'로 불린다는 점이다. 등골브레이커는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들 만큼 가격이 비싸다는 뜻으로, 앞서 최고 70만원대에 이르는 노스페이스 패딩점퍼가 인기를 끌면서 나온 말이다. 더군다나 캐몽은 노스페이스보다 고가의 상품이다.

'등골브레이커'의 부정적 파급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비화되기까지 한다. 사고 싶어도 가격이 부담스러워 사지 못하는 일부 학생들이 힘없는 동급생 또는 후배를 위협해 점퍼를 빼앗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배와 또래를 위협해 수십만원대 패딩을 갈취한 혐의로 중고등학생들이 잇따라 입건되기도 했다. 전자상거래 중고장터에서는 훔친 패딩 점퍼를 값싸게 팔겠다는 10대들의 글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또한 고급 패딩을 입은 무리와 그렇지 않은 무리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일명 '왕따'를 양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이같은 고가 패딩 열풍은 단순히 모방심리, 또는 또래집단에 몰두하는 청소년들의 치기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경험해 왔다. 이같은 부작용에도 아랑곳 않고 청소년들의 빗나간 명품 소비심리를 이용하는 고가 마케팅이 더욱 씁쓸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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