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기아차의 민심 U턴
[기자수첩] 현대·기아차의 민심 U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대로 만드셨나요, 이번 모델은? / 바퀴 잘 굴러간다고 차가 아니잖아요 / 간이 지났으니 기대 좀 해봐도 될까요? / (수)출용이랑 내수용, 여전히 많이 다를까요?"

이 문구는 현대자동차가 이달 초 SNS에서 개최한 '제네시스 4행시 공모전' 응모작 가운데 하나다. 이달 출시되는 신차를 홍보하려던 게 당초 이벤트를 연 의도였겠지만, 되려 풍자를 섞은 비판성 댓글이 주를 이루며 막을 내리게 됐다. 결국 홍보는 커녕 그간 쌓인 고객들의 불신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준 결과가 된 셈이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여론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사실 현대차가 '품질 경영'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은 오래전 일이다. 최근에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해외 생산공장을 찾아 "완벽한 품질을 구현해 브랜드 혁신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화두가 공허한 '캐치 프레이즈'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과장연비 논란'에 이어 올해 '대규모 리콜사태', '비새는 싼타페 논란' 등이 잇따르면서 현대·기아차 제품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싹트게 된 것이다.

특히 해외시장과의 역차별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안전사양 등 단순한 '제품 스펙'의 문제를 떠나, 국내 시장을 대하는 회사 측의 '태도'에 실망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싼타페 누수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당장 리콜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성토가 주를 이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군다나 10월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김충호 현대차 사장의 태도는 이같은 고객들의 실망감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당시 김 사장은 싼타페 누수 논란에 대한 질책이 이어지자 "현재 4만6000대를 조치한 결과 실제 물새는 차량은 1%"라며 사태의 규모를 축소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으며, 추가 보상 여부에 대해서도 "(현재도, 앞으로도) 없다"며 다소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쯤되니 김 사장의 "고객 불만사항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무의미해 보일 정도다. 각종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현대차의 '거만한 태도'가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여론의 심각성을 의식한 탓일까. 현대·기아차는 지난 11일 권문식 현대차 사장 등 연구개발부문 주요 임원을 물갈이했다. 회사 측은 "품질 경영과 R&D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강경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