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내은행의 CEO 잔혹사
[기자수첩] 국내은행의 CEO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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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지훈기자] KB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대 은행이 이례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전방위 검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KB국민은행 일본 도쿄지점에서 발생한 부당대출 및 비자금 의혹, 신한은행의 정·관계 인사 개인정보 무단조회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중이며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파이시티 사업' 신탁상품 불완전판매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를 마쳤다. 종합검사가 진행중인 하나은행의 경우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위로금과 미술품에 검사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방위적 고강도 검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눈에 띄는 점은 검사의 칼끝이 전임 수장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 도쿄지점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은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재직중이던 시절 발생한 일이며 우리은행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하나은행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몸담고 있던 시기에 대한 조사다.

이들 모두 MB정권 당시 강만수 전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과 함께 금융권 '4대천왕'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인물이다. 이 쯤되니 4대 금융지주 회장의 '잔혹사'라 불릴만 하다. 특히 KB국민은행의 도쿄지점 비자금이 경영진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KB금융은 황영기 초대 회장을 비롯해 강정원 내정자, 어윤대 전 회장까지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신뢰를 먹고 사는 은행업의 특성 탓일까. 일부 은행은 혹시나 현 경영진이나 해당 은행에 악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하며 '전 경영진에서 일어난 일'로 선 긋기에 한창이다. 때문에 온갖 의혹과 금융사고를 바라보는 고객들의 불신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보다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로 비춰지기도 한다.

현재 각 은행들이 받고 있는 의혹들에 대한 금감원 검사는 금융사 CEO 선임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깨닫게 하는 사례다.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행태가 반복될 경우 어김없이 이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사 CEO에 대한 의혹보다 금융당국의 검사 시점에 의문을 내비치는 시각도 있다. 4대천왕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는 뭐하다 이제와서 호들갑을 떠느냐는 것. 최근 동양사태에 따른 비난의 화살을 금융사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금융권의 낙하산 행태가 지속되는 한 이같은 불신과 의혹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금융권 외풍을 막기 위해서는 내부출신 인사가 CEO로 등용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각 금융사들이 더이상 CEO리스크에 시달리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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