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채권시장 外人 이탈…나흘 새 1조원 빠져
거세지는 채권시장 外人 이탈…나흘 새 1조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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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이탈이 거세지고 있다. 외국인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최근 3개월 새 7조원 이상 이탈했고 특히 이달 들어서는 나흘 만에 1조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다.

8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102조9150억원어치의 원화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 투자가들은 8월부터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10월 말 보유잔액을 95조7380억원까지 줄였다. 3개월 새 7조원이 넘는 자금이 순이탈한 것이다.

외국인의 채권시장 이탈은 이달 들어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업계 추산으로 지난 1일 약 95조6000억원이던 외국인 보유잔액은 5일 94조9000억원대까지 감소했다. 나흘 간 7000억원이 빠져나간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의 기저에는 미국 양적완화(QE) 축소(테이퍼링) 우려가 깔려있다. 김무일 외환선물 연구원은 "미국 테이퍼링 우려는 주식 뿐 아니라 특히 채권에 더 큰 악재로, 현재 미국은 테이퍼링을 미룬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채권시장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경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간 채권시장은 미국 연방정부 폐쇄 이후 10월 경제지표 부진과 양적완화 유지가 예상되면서 강세를 보여 왔지만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돼 12월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지표의 개선이 지속되면 결국 금리 상승도 불가피하고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수급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대두되는 원화가치 하락 우려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차익 실현 의지를 북돋우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중요한 변수가 환율인데, 향후 원화의 추가적 약세는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이탈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전망까지 짙어지면서 차익 실현을 위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 외국인 수급 변동의 모멘텀은 미국 테이퍼링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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