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드사들의 '대승적(?)' 금리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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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최근 카드사들이 카드론 등 대출성 상품의 금리를 0.5~2%p 일제히 인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객들이 체감하는 수준은 여전히 미흡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금리인하가 여론의 따가운 눈총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기인했다는 것이 주된 요인일 것이다. 

사실 올들어 현대카드와 하나SK카드를 제외한 전업계 카드사들 대부분이 리볼빙일시불과 할부수수료율 등 대출성 상품의 금리를 소폭 인하한 바 있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일부 대출상품에 국한됐을 뿐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의 경우 금리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카드사 가운데 가장 발 빠르게 금리인하에 나선 KB국민카드의 경우 지난 6월 금리를 인하한 리볼빙일시불과 할부수수료를 제외한 현금서비스(현금서비스 리볼빙결제 포함)와 카드론 금리만 인하했다.

타 카드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전체 대출성 상품에 대한 금리인하는 고려하지 않은 채 일부 상품에 대한 금리인하만 단행했다. 고객들은 카드사들의 금리인하 소식에 당장은 환호하지만 결국 본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일이 다반사다.

카드사들도 할말은 있다. 정부 규제로 가뜩이나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마냥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수익을 쫓는 사기업인 만큼 기업이 손해 보면서까지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내 카드사들은 지난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으로 벌어들인 수익만 15조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주장은 궁색하기까지 하다.

카드사들은 금리인하에 나서면서도 종종 '대승적 차원'이라는 문구를 집어넣는다. 사사로운 이익이나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자체적인 정책이 아닌 당국 으름장에 금리인하에 나서는 카드사들의 행태를 보면  '생색내기'에만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 카드업계에서도 모든 고객이 환호할 수 있는 '대승적' 차원의 자발적 금리인하 움직임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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