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홍기택 회장의 '오락가락' BIS 전망
[기자수첩] 홍기택 회장의 '오락가락' BIS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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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지훈기자] 1.2~1.5%p 하락 → 0.7%p 하락 → 1%p 상승

KDB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재통합 시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변동에 대한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겸 KDB산업은행장)의 예상치다.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홍기택 회장은 당초 정책금융공사와의 재통합으로 인해 산은의 BIS비율이 1.2~1.5%p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홍 회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공사와 통합 시 적자발생요인이 내재돼 있다"며 "BIS비율이 1.2~1.5%p 감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은 불과 한 달 만에 수정됐다. 지난 8월 산은은 BIS비율이 통합 전 14.4%에서 통합 후 13.7%로 0.7%p 하락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홍 회장의 BIS비율 전망은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또 다시 수정됐다. 홍 회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통합 시 BIS비율이 1%p 상승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초 BIS비율이 0.7%p 하락해 13%대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으나 정책금융공사의 BIS비율을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산정 시 정책금융공사 보유 주식이 일부 자본으로 인정될 수 있어 1%p 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BIS비율 산출 기준과 시점에 따라 수치가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예상치의 변동폭이 지나치게 큰 것이 사실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홍 회장의 '오락가락' 행보가 이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STX팬오션 인수를 검토할 당시 시장에서는 산은이 팬오션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산은은 이를 백지화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또 다시 "사업모형이 새로 만들어지고 계속비용으로 볼 때 괜찮아질 수 있다고 보면 인수여부를 다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또 STX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강덕수 전 회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번복하며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기도 했다.

사실 홍 회장의 '갈지자(之)' 행보는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산은의 경우 국책은행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CEO 인사부터 자금집행 업무까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산은이 STX 등의 부실 리스크로 인해 올해 최대 1조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것도 수익성보다 정책적 판단에 기인한 결과다. 정부의 입김에 따라 내부 결정이 180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문제는 산은의 갈지자 행보가 반복될 경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올초 STX팬오션 인수 검토 철회 및 강덕수 전 회장 사퇴 당시에도 산은의 오락가락한 태도로 인해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올해 정부는 수천억원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산은 민영화를 백지화하고 정책금융의 재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통합이 마무리되면 산은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으며 홍 회장의 언급처럼 '정책금융의 맏형'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산은이 '진정한 맏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장으로부터의 신뢰가 담보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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