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중수 한은 총재의 고진감래?
[기자수첩] 김중수 한은 총재의 고진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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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고진감래(苦盡甘來).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는 속담과 일맥상통하는 한자성어다. 그렇다면 김중수 한은 총재의 열매는 어떨까?  

김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말로 불과 5개월여가 남았지만 그를 둘러싼 잡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강한 중앙은행'을 만들기 위해 그간 김 총재가 한은에 한 실험은 가히 개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임기 말에 이르러서까지 안팎으로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13년만에 한국은행 조직에 칼을 댔다. 직군제 폐지와 국·실 조직 감축, 외자운용원 설립, 국제협력실 강화 등이 골자였다. 인사도 파격적이었다. 보수적인 한은의 인사문화를 깨트리고 '능력'만 있다면 기수도 파괴하고 임명했다. 순혈주의 파괴는 물론, 한은 역사상 첫 여성 부총재보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됐던 그의 임기 내 마지막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는 지난 3년5개월 간의 '업적'보다 말실수와 부적절한 처신, 한은 독립성에 대한 의원들의 문제 지적으로 도배됐다. 국감은 여·야의원으로 대표되는 국민들로부터 그간의 업무 및 성과에 대해 논하는 자리다.

국감 바로 전날에도 한은 노조는 김 총재에게 "조직을 더이상 흔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노조측은 "최근의 직원폄하 발언 뿐만 아니라 총재는 취임 초기부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해 오는 일을 해왔다"며 "임기 내내 모든 권한을 독단적으로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3년5개월여 간 김 총재와 노조와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김 총재는 임기 초에만 해도 "내 임기가 끝날 때 쯤 한은이 어떻게 돼 있는지 보라"며 자신만만했었지만, 최근에는 "평가는 역사에 맡기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지금, 총재는 외부 활동에 신경쓰는 것보다 내부 직원들을 다독이며 이끌어나가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총재가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거는 동안 가장 마음고생했던 이들은 한은 직원들이었을 것이다.

당시 한은 국감장에서 설훈 민주당 의원은 총재에게 '짧지만 굵은' 당부를 남겼다. 설 의원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김 총재는 정리하는 자세로 노조와 충분한 대화를 가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그들의 입에서 임기를 잘 수행했다는 말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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