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멍난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자수첩] 구멍난 일감몰아주기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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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최근 최종 시행령이 나온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사각지대 논란에 휩싸였다.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해외계열사와의 내부거래는 규제대상에서 빠진다는 점을 꼬집었다.

박 의원은 "정부의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국내 계열사에 한정돼있어, 총수 일가가 해외 계열사를 통해 사익을 편취할 경우 손 쓸 방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 계열사를 통하 규제 회피 수단 즉 '사각지대'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재벌그룹(삼성, 현대차, SK, LG, 현대중공업)들의 2012년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1년 전에 비해 1.94%p 감소했지만 해외계열사 간 내부거래까지 포함할 경우 오히려 2.6%p 높아졌다. 내부거래금액 역시 국내계열사만 따질 때는 1년 새 8000억원 감소했지만 해외계열사까지 계산하면 무려 27조8000억원 증가했다.

송호창 의원은 정밀하지 못한 친족분리제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회피수단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3촌 관계인 김상용씨가 운영하는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를 예로 들었다. 휴대폰 배터리팩 및 헤스셋 전문생산업체인 영보엔지니어링은 삼성전자와의 거래가 90%가 넘었고 휴대폰케이스 제작업체인 애니모드 역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삼성전용케이스 인증업체가 돼 승승장구하고 있다.  

친족분리의 핵심기준이 독립경영이라는 점에서 따져봐야 할만한 일이지만 공정위는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면서도 당시의 심사자료가 보관기관 초과로 폐기됐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상직 의원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범위 기준인 자산 5조원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기준 이하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그 사례로 이 의원은 대명그룹의 기안코퍼레이션을 들었다. 이 회사는 창업주 서홍성 회장의 2세들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고 내부거래비중은 72%나 차지하고 그 금액도 1011억원에 달한다.

이 의원은 "대명그룹의 사례에서 보듯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그룹에서는 기업 규모를 떠나 일감몰아주기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나아가 이를 회피하기 위한 부도덕한 행태들이 자행되고 있다"며 "일감몰아주기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도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허점은 존재할 것이고 이를 통해 법망을 피해가려는 시도 역시 계속될 것이다. 제도 역시 만드는 것 만큼이나 유지·보수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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