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하이스코 합병…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본격화?
현대제철-하이스코 합병…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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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내 새 순환출자 고리 생겨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부문을 합병하기로 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 강판(냉연) 사업부문을 현대제철에 분할합병하는 안건을 의결시켰다. 양사는 오는 11월29일 각각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 내용을 결의하고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대하이스코가 냉연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분할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해당 사업을 떼어내 100% 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배구조 변화 조짐

특히 이번 합병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등과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현대제철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2.52%, 기아차가 21.29%의 주식을 갖고 있으며,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차가 29.37%, 기아차가 15.65%, 정몽구 회장이 10.0%의 주식을 보유한 상태다.

여기서 현대제철이 합병을 통해 현대하이스코의 지분을 가지면 현대차는 10% 가량의 현대제철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에는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라는 또 하나의 순환출자 고리가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자발적 해소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것과 다소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변종만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5.66%를 그룹사로 매각하는 방안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약 1조6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돼 재무구조가 한층 더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합병으로 인해 갖게 되는 현대제철의 지분과 기존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맞바꿀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 경우 현대제철이 자기주식을 갖게 돼 보유자산을 활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고, 향후 자사주 매각이라는 오버행 이슈가 남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시나리오대로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 향후 정의선 부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때도 증여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합병은 그룹의 효율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꾸준히 제기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합병 시너지 '긍정적'

이와 별도로 양사의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우선 현대제철이 당진 3고로 건설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총차입금(11조원)과 순이자비용(연 3000억원)에 대한 부담이 생겼지만, 합병을 통해 이 부분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이 매 분기 1500억원 가량의 현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하이스코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7%가량으로, 현대제철(4.9%)의 3배에 달한다.

표면적으로 매출액이 작년 14조원대에서 20조원대로 증가해, 국내 1위 철강사인 포스코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열연강판과 하공정 제품인 냉연강판까지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로 바뀌는 데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차강판 공급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물론 아직 과제는 남아 있다. 분할합병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주당 8만2712원, 현대하이스코는 주당 4만2878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제시했다. 주주총회 전날(11월28일)까지 반대 의사를 표시한 주주들에 한해 기간을 두고 주식을 사주게 된다. 주총이 열린 이후 12월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접수할 예정이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주식매수청구금액이 각각 5000억원, 2000억원이 넘을 경우 합병이 철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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