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리만 요란한 고객중심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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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금융당국을 향한 보험사들의 볼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저축성보험 분급확대 반대를,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료 인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축성보험 분급확대 반대는 설계사들의 소득 감소 및 저축성보험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자동차보험료 인상 주장은 심각한 손해율이 배경이 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일면 설득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신뢰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저축성보험 수수료 체계 변경시 소비자는 해약환급금이 확대되고, 자신의 계약이 고아계약이 되는 확률이 적어진다. 설계사의 경우 초기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줄어든 수수료는 나중에 모두 받기 때문에 수입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결국 보험사 입장에서는 아무런 이익도 손해도 없는 셈이다. 어차피 지금 주나, 나중에 주나 나가는 돈(수수료)은 똑같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장성보험이 확대되는 게 보험사 운영에 이로우며, 철새설계사가 양산도 억제해 신뢰도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업계는 저축성보험 해약 유도 및 실적 감소, 설계사 수익 감소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은 환급금을 받으려고 가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약환급금이 조금 많아진다고 소비자들이 대거 해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보장성보다 저축성의 수수료가 더 많고 판매가 용이하다는 점, 지난 4월 선지급 수수료가 줄어들었어도 계속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적이 큰폭 하락할지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보험사가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이는 설계사들의 입김과 영업이익 축소 우려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면채널은 판매채널 중 규모가 가장 커, 설계사들이 일어나면 보험사는 타격을 입게 된다. 모 손보사가 온라인 채널을 확대하지 못한 것도 설계사들의 반대 때문이다.

'윗선'의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상당수 보험사의 사장은 오너가 아닌, 월급 받고 일하는 경영인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실적이다. 자신의 성적이 안 좋아질 수 있는 정책을 환영할리 만무하다.

손보업계의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 손보사들은 마일리지, 블랙박스 등 할인혜택과 보험료 인하로 인한 대당보험료 감소로 자보 손해율이 치솟고 있어 자보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보 부분의 손실을 만회하는 수준의 장기보험 이익에 대해서는 "장기보험 부분에서의 이익일 뿐 자동차보험만 보면 손실이 상당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로 장기보험에 국한해 보험료 인하를 통해 이익의 일부를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하는 커녕 여러 이유로 인상하기에 바쁘다. 

또한 업계 주장처럼 다양한 할인제도 때문에 자보 손해율이 높아진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마일리지보험이 일반 자보에 비해 20% 정도 손해율이 낮다는 점을 미뤄보면, 마일리지에서는 이익이 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손해율 악화는 과당경쟁으로 일반 자보료를 인하한 데 따른 것으로 손보사들이 자초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물론 보험사들 역시 사기업이라는 점에서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겉으로는 고객중심경영을 외치면서 안으로는 자신들의 잇속채우기에만 골몰하는 모습만 보인다면 여론의 따가운 눈총만 돌아올 뿐이다. 금융당국에 업계의 의견을 수용해달라고 떼쓰기에 앞서 소비자들을 위한 경영이 어떤 것인지 좀더 고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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