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10곳 중 7곳 '자금난'…자산 매각 잇따라
건설사 10곳 중 7곳 '자금난'…자산 매각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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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국내 건설사 10곳 중 7곳이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내년 업황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돈줄'이 마른 건설사들이 자산 매각을 통해 '돈맥경화' 해소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 대출에 이어 회사채, 분리형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까지 어려워지자 고육지책으로 자회사를 비롯해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건설사 65% 자금난 심화
지난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국내 건설기업의 자금조달 구조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건설공제조합 소속 건설기업 532개사 가운데 올해 1분기 현재 자금사정이 '매우 어려웠다(17.4%)', '어려웠다(47.9%)'고 답한 기업비율이 6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좋았다(0.6%)', '좋았다(1.9%)'는 답변은 2.5% 그쳤다.

내년 자금 사정에 대한 전망도 어두웠다. '악화될 것'이란 응답이 63.2%를 차지한 가운데 이 중 '크게 악화될 것'이란 전망도 10.6%에 달했다. 18.6%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고 '호전될 것'이란 예측은 7.4%에 그쳤다.

빈재익 건산연 연구위원은 "내부 유보자금과 유동부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건설업의 자금조달구조는 경기변동에 매우 취약하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 공공건설시장 축소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해 내부 유보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자산 매각…유동성 확보 '안간힘'
동부건설은 최근 알짜 자회사를 비롯해 오피스빌딩도 매각하는 등 잇단 자산매각으로 최대 5500억원 규모의 유동성 마련에 나섰다.

동부건설은 지난달 자회사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50.1%를 사모투자펀드인 큐캐피탈파트너스에 1700억원 규모에 매각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매각한 지분 49.9%를 합쳐 전체 지분을 큐캐피탈에 넘기게 돼 사실상 통째로 매각한 셈이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매출 6646억원, 영업이익 221억원, 순이익 73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앞서 동부건설은 서울 동자동 제4구역 오피스빌딩도 매각해 총 2800억원 규모의 자금유입을 앞두고 있다. 또 충남 '당진화력 발전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동부발전당진'의 보유지분 60% 중 10~20%를 매각하기 위해 전략적투자자(SI) 영입을 추진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매각금액이 500억~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호산업도 유동성 확보에 잰걸음이다. 금호건설이 매각에 나선 자산은 IBK-케이스톤 사모펀드(PEF)와 함께 투자한 펀드의 지분 30%로, 해당 펀드는 금호고속 지분 1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금호고속 우선매수권도 함께 매물로 내놔 인수기업은 금호고속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펀드 매각을 통해 자회사도 함께 내다파는 셈이다.

또한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하나캐피탈 지분 매각(300억원), IT사업부 양도(677억원), 자사주 매각(169억원), 김천에너지 지분 매각 등으로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해왔고 울트라건설은 투자자금 회수 등을 위해 최근 서울시 매트로9호선 보유주식 68만1830주를 41억5916만원에 처분키로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돈을 벌지 못하다보니 외부에서 빌려오거나 보유 중인 것을 처분해야 하는데 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 대출이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신용도가 낮은 비우량 기업들은 과거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주요 자금조달처로 이용했는데 저축은행 줄도산 여파로 어려워졌다"며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금융당국이 분리형 BW를 금지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견·중소업체들이 더욱 힘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현금화가 용이한 부동산을 헐값에라도 처분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옥 등 보유 건물·토지도 처분
실제로 법정관리 중인 우림건설은 서초동 사옥을 팔고 이달 중 분당 판교테크노밸리의 우림 W-City로 이전한다. 동양건설산업도 서울 성수동 토지와 건물을 485억원에 처분했다.

법정관리 후 새 주인 찾기에 나선 벽산건설 역시 롯데건설 동대전점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대상자는 한국토지신탁의 '케이원 제삼호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다. 이에 앞서 인천에 위치한 토지와 건물 등을 한림철강에 488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올 초 법정관리를 졸업한 삼환기업은 종로구 운니동 사옥, 신민저축상호은행 등 보유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운니동 사옥은 17층짜리 업무용 빌딩으로, 매각가는 1600억원 안팎이다. 법정관리 이후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자산매각을 결정했다.

상반기 실적악화에 시름하던 GS건설은 지난 4월 서울 남대문로5가 GS역전타워를 2300억원에 매각했으며 송파구 문정동에 마련했던 사업용지 일부를 매각해 차익 1000억원을 거둬들였다. 이 회사는 캄보디아에서 매입했던 사업부지와 서울·부산 등 견본주택 부지도 매각할 계획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 불황이 계속되면서 금융권이 건설사들을 옥죄자 자산을 어쩔 수 없이 내놓고 있다"며 "사옥 외에도 회사가 보유 중인 업무용 빌딩이나 토지 등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수년째 경기가 살아나지 않다보니 사옥을 팔아서라도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중소업체의 경우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아서 마지막으로 남은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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