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CP·회사채 피해자들, 집단행동 나서나
동양 CP·회사채 피해자들, 집단행동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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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쟁조정 3700건·금소원 1만9천건 청원 접수
자체적 단체화 움직임도…채권협의회 등 참여 희망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동양그룹 계열사의 잇단 법정관리 사태에 투자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금융당국과 금융소비자 단체에 상당 규모의 피해신고가 접수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피해자들은 피해자 모임을 조직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입장이다.

4일 금융투자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증권 CP와 회사채 피해자들 중 분쟁 조정이나 민원 등의 신고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2일까지 민원상담 건수는 2765건이며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3746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동양그룹 사태 피해사례를 모아 집단소송에 나선다고 밝혔었던 금융소비자원에도 이날 오전까지 총 1만9000여건의 청원이 접수됐다.

이화선 금융소비자원 총괄지원본부 실장은 "투자자들이 가족이나 친척 단위로 몰려있는 경우가 많아 1건의 신청에 여러 명의 투자자의 사연이 있는 경우도 있다"며 "가정이나 친족들 전부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망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당국이나 기존에 있던 금융소비자 단체가 아니라 스스로 조직을 구성하는 등 피해자 모임을 조직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동양 채권 피해자 99%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인터넷과 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동양채권 피해자 조사를 살펴보면 지난 3일 오후 9시 기준으로 3847명이 접수됐다. 이달 1일 오후부터 조사를 시작해 이제 겨우 60시간도 안 지났음을 감안하면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

또 이들이 뭉친 '동양 채권 CP 피해자모임' 인터넷 카페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으로 595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4일 오후 서울 중앙지법파산부에 피해 투자자의 소망을 담은 연판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또 소액채권자들을 모아 향후 구성될 채권자협의회에서 대표를 참가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카페 운영자는 "소액 투자자의 채권 금액을 단일화해서 채권협의회 구성원 또는 아예 대표채권자가 되서 우리가 추천한 사람들을 보내야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고 경영진에게 민사·형사상 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동양그룹 CP·회사채 피해자들이 키코, 저축은행에 이은 대규모 피해자 모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양그룹 5개 법정관리 회사에서 개인피해자가 4만7000명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전부 모일 경우 상당한 규모가 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동양그룹이 법정관리 직전 한 달 동안 발행한 CP와 회사채 등은 총 5440억원에 달한다"며 "피해자들이 모럴해저드 문제를 지적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또다시 거대한 피해자 모임이 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런 모임이 생길 때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실패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씁쓸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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