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4대강 입찰담합' 11개 건설사 임원 22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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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대우건설 전 대표도 기소
'들러리' 건설사 내세워 경쟁입찰 가장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총 3조8000억원이 투입된 사상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입찰담합한 건설사와 임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형건설사 임원이 담합혐의로 구속기소된 것은 1998년 서해안고속도로 입찰담합사건 이후 15년 만이다.

2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4대강 사업 공사입찰에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경쟁 입찰을 가장하고 투찰가를 담합한 혐의(입찰방해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전·현직 임원 22명과 11개 건설사 법인을 기소했다.

검찰이 기소한 업체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중공업, 금호산업, 쌍용건설 등 11개 건설사 법인이다.

업체별로는 현대건설 4명, 삼성물산 3명, 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SK건설·포스코건설·현대산업개발 각 2명, 삼성중공업·금호산업·쌍용건설 각 1명씩 총 22명의 임원이 사법 처리됐다.

현대건설 설모(62) 전 토목환경사업본부장과 손모(61) 전 토목환경사업본부 전무, 삼성물산 천모(58) 토목사업본부 국내토목사업부장과 한모(57) 전 개발사업본부 임원, GS건설 박모(58, 전 토목사업본부장) 부사장, SK건설 이모(55, 전 토목영업본부장) 토목인프라 및 국내영업 부문장 등 임원 6명은 구속 기소됐다.

반면 김중겸(63) 전 현대건설 대표와 서종욱(61) 전 대우건설 대표 등 16명은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경우 대표이사까지 담합과정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돼 기소됐다. 다른 업체들의 경우 담합에 대표이사가 관여한 증거를 찾지 못해 책임이 인정되는 사업본부장 등 최고의사결정권자를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등 상위 6개 대형건설사는 2008년 12월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착수하자 여러 차례 비공식 협상을 갖고 경쟁 없이 14개 보(洑) 공사 입찰에서 물량을 배분키로 합의하는 등 입찰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6개 건설사는 보 공사에서 도급순위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미리 지분율을 정해 놓고 정부의 공사계획이 발표되기 전 미리 설계업체로부터 관련 계획을 입수하고 공사 지분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다른 건설사까지 끌어들여 총 19개 건설업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 사실상 경쟁 입찰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2009년 2~6월 발주된 16개 보 공사에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6개 건설사가 각각 2개씩,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1개씩 낙찰 받는 등 모두 8개 건설사가 14개 공구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해당 공사는 낙동강(8곳), 한강(3곳), 금강(3곳) 등이다.

이 과정에서 8개 건설업체는 각각 배분된 공구에서 경쟁 없이 낙찰받기 위해 이른바 '들러리 설계'와 '가격조작'을 통해 입찰 담합을 공모한 사실도 밝혀졌다.

서로 입찰 들러리를 서주거나 중견건설사를 들러리로 내세웠다. 설계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턴키방식 입찰에서 고의로 낮은 설계점수를 받기 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설계를 제출하거나 낙찰이 예정된 건설사의 요구대로 투찰가격을 기재하는 식으로 입찰 과정에서 담합했다.

들러리 설계를 은폐하기 위한 방안을 사전에 협의하고 낙찰 예정사가 마지막에 입찰가격을 제출토록 하는 등 당국의 의심을 피하기 위한 조직적인 조치도 세웠다.

특히 사전에 약속한대로 발주처가 입찰에서 탈락한 건설사들에게 지급해주는 설계보상비에 맞춰 이른바 설계수준이 낮은 'B설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식으로 담합 혐의가 확인된 14개 보 공사에서 지급된 설계보상비의 총액은 293억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건설사들이 다른 4대강 사업 공사에서도 투찰가격을 담합한 사실도 적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일부 대형건설사들은 낙동강 하굿둑 배수문 증설 공사, 영주다목적댐 공사, 보현산다목적댐공사 등 2009~2010년 발주된 다른 4대강 사업 공사에서 응찰가격의 차이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넘지 않도록 서로 투찰가격을 맞춰 입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건설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챙긴 부당이익과 관련 "공정경쟁을 했을 경우 얼마에 낙찰됐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추정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사업비가 3조8000억원인 이번 공사에서 조작한 가격을 써내 손쉽게 수주한 업체들의 낙찰률(투찰금액/공사추정액)이 89.7~99.3% 수준인 점에 비춰 부당이득은 1조원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향후 검찰은 건설사들의 비자금 조성이나 정·관계 로비 등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아울러 담합 혐의가 확정되는 건설사들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설계보상비 환수 조치를 검토하도록 지방국토청이나 수자원공사 등 발주처에 관련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형건설사 임원을 담합 혐의로 구속기소한 것은 1998년 이후 15년 만"이라며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각종 토목사업에서 입찰제도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자율조정 등 담합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되풀이 돼 온 관행적 변명이 더 이상 관용될 수 없고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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