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락가락' STX 경영진 교체
[기자수첩] '오락가락' STX 경영진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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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지훈기자] "역할에 대해서는 채권단에서 결정할 문제다. 강덕수 회장이 그룹을 설립했고 여러 거래에 직접 관여했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 지식을 활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STX조선해양을 비롯해 STX중공업, STX엔진 등 STX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KDB산업은행의 홍기택 행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주채권은행인 산은을 비롯해 일부 채권기관으로 구성된 경영진추천위원회(경추위)는 강 회장 대신 새로운 경영진을 꾸리는 안건에 대한 이사회 결의를 요청, 결국 강 회장은 지난 9일 STX조선해양 이사회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경추위에 포함되지 않은 채권기관을 비롯한 관련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홍 행장이 강 회장의 거취에 대해 '채권단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조건을 걸었지만 강 회장의 경영권을 기존처럼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은 고위관계자도 이보다 앞서 "무조건 오너를 배제하는 것은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홍 행장과 비슷한 취지로 발언한 바 있어 강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었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존 경영진의 능력이 필요하다면 유지한다고 했던 것이지 법적으로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산은이 경영진 교체와 관련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그동안 강 회장이 수차례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데다 새로운 경영진을 꾸리는 것이 조기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약 2개월 간 산은의 입장변화에 어떤 사안이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홍 행장과 책임자들의 발언이다. 특히 홍 행장의 발언은 취임 후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직접 언급한 첫 번째 발언이기에 향후 추진방향을 예고하는 셈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물론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채권단의 결정은 고유의 권한이고 기업 부실에 대한 기존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것도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기업 경영진 교체 여부에 대한 오락가락한 태도는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아직 STX 계열사 중 자율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곳도 있으며, 자율협약을 체결한 계열사에 대해서도 경영진 교체가 점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홍 행장을 비롯한 산은에 보다 신중한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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