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견적작성 역량이 자동차 수리비 좌우
[전문가기고] 견적작성 역량이 자동차 수리비 좌우
  • 유병문 자동차기술연구소 연수팀장
  • bmyu@kidi.or.k
  • 승인 2013.09.05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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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문 자동차기술연구소 연수팀장
자동차보험 대물·차량 보상직원들에게 요구되는 여러 가지 역량들 중에서 요즘 들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무엇일까?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사고현장에 출동하여 사고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조사하는 능력, 정비공장에 입고된 차량을 수리하기 전에 얼마나 손상되었고 어떻게 수리를 해야 하는지 예상하는 능력, 수리작업에 들어간다면 어떤 부품을 떼어내고 교체 또는 수리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능력 등 많은 자질들이 요구되지만 이러한 각 능력들이 종합적으로 표출되는 수리비 견적작성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고로 손상된 자동차가 정비공장에 입고되면 정비공장의 견적담당자가 수리 전 견적서(선견적서)를 작성하여 보험사에 제공하고, 보험사는 그에 대한 검토의견을 회신한다. 정비공장이 차량의 수리를 완료하고 수리비청구서를 보험사에 발송하면 보험사는 그 내용을 심사(이를 일반적으로 '손해사정한다'고 함)한 후에 수리비를 지급한다. 간혹 차주가 미수선수리비(직접 수리를 하지 않고 받는 예상수리비)를 원하거나 정비공장이 수리비 견적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상직원이 직접 견적서를 작성하기도 하지만 이는 드문 일이다. 그러다 보니 보상직원들은 견적서를 작성하는 기회가 적어 견적작성 역량보다는 주로 선견적서나 수리비청구서에 대한 손해사정 스킬만 배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북미, 유럽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보상직원들이 보험사고차에 대한 견적서를 직접 작성하는 것이 매우 일반화되어 있다. 보상직원이 견적서를 작성한 후 정비공장 담당자와 협의하여 견적내용을 확정하고 수리작업을 진행하며, 실제 수리작업 중에 누락되거나 불필요하게 들어간 작업내용이 나타하면 상호 협의하여 조정하기 때문에 수리비 청구 및 지급과정에서 보험사와 정비공장 간에 분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정비공장은 수리차량을 사고 이전의 상태로 원상회복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 수리품질을 높이는데 역점을 두고, 보험사는 고객이 수리결과에 만족할 수 있도록 정비공장의 수리 프로세스를 관리하는데 집중한다. 이와는 달리 국내의 경우에는 정비공장이 작성한 수리비청구서를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손해사정하는 방식으로 보상 프로세스가 진행되기 때문에 보험사와 정비공장 간에 불신이 높고 분쟁도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또한 견적작성을 위한 이론적, 실무적 지식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서 견적작성 주체별로 견적내용 및 금액의 편차도 큰 편이다.

자동차 수리비 견적이란 사고로 손상된 자동차를 수리하는데 소요되는 공임, 부품비, 도장료 등 제반 비용을 예측하여 산출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동차 수리비용을 어림잡아 계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견적서는 아무리 잘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수리내역서와 동일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견적이란 차량을 수리하기 전에 손상된 부분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외관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의 손상까지도 예측하여 수리비용을 산출하는 작업이라 실제 수리내용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견적서란 실제 수리내역서와 작업내용, 금액 등이 가장 근접하게 산출된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견적서는 고객의 경우에는 예상수리비를 판단하여 차량을 수리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정비공장의 경우에는 기술자들에게 수리작업을 지시하는 작업지시서로 활용된다.

수리비 견적서를 잘 작성하려면 무엇보다 자동차구조, 손상진단 및 복원수리방법에 대한 기본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손상자동차 수리사례에 대한 실무지식과 경험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견적작성 역량은 실무경력이 쌓인다고 저절로 나아지지 않으므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한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속적인 훈련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견적작성 역량을 이론지식과 실기능력으로 구분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보상직원들의 손해사정 능력을 평가하여 국가자격을 부여하는 손해사정사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손해사정사는 손해발생 사실의 확인, 보험약관 및 관계법규 적용의 적정여부 판단 등 업무범위가 매우 넓어서 보상직원들의 견적작성 역량의 향상을 유도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보험업계 차원에서 견적작성 역량만을 평가하여 인증하는 민간자격을 신설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요즘에는 견적을 작성하는데 편리한 전산견적시스템들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보상직원들의 견적작성 역량은 과거에 비해 별로 나아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무리 전산견적시스템이 발전해도 견적작성 역량이 우수한 인력이 양성되지 않으면 자동차보험의 수리비 합리화 노력은 실효를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합리적인 수리비의 산출을 통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보험사와 정비공장 간의 신뢰관계를 증진시키려면 보상직원들의 견적작성 역량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육과정이나 견적역량 평가제도 참여 등을 통해 정비업계 견적담당자도 보상직원과 동일한 견적작성 기준과 방법을 공유하고 견적작성 역량도 높이도록 독려함으로써 보험사와 견적 관련 소통을 원활히 하고 분쟁도 예방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제는 견적작성 역량이 자동차보험의 수리비를 좌우하는 매우 핵심적인 역량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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