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공백 1년…시름 깊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공백 1년…시름 깊은 한화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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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 = 한화그룹>
이라크재건사업 차질에 태양광도 '주춤'
"사익추구 아닌 경영상 판단, 선처 기대"

[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법정 구속된 지 1년째를 맞았다. 경영공백 기간동안 한화그룹의 시름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16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 법정구속 이후 그룹내 주력사업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라크 재건 사업의 추가 수주 문제다.

지난해 한화는 이라크를 두 차례 방문해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만나는 등 김 회장의 공격적인 행보에 힘입어 공사대금 80억달러(8조9500억원)의 대규모 수주를 따냈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이라크 총리가 김 회장에게 직접 담수화 처리시설, LNG 플랜트 등 100억달러(11조2000억원) 규모의 산업인프라를 조성하는 내용의 추가 사업을 요청했지만 김 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이후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화의 선점효과는 약해지고 중국, 터기, 인도 등 경쟁국들이 추가 수주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위기를 느낀 한화그룹은 김연배 비상경영위원회 위원장이 이라크를 방문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접촉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한화가 신성장사업으로 삼고 있는 태양광 사업도 협상력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태양광사업은 정부의 보조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해외정부와의 협상력이 중요하다. 김 회장은 난관에 부딪혔을 때 해외 정부와의 협상을 진전시키곤 했다"라고 말했다. 독일 큐셀을 인수해 한화큐셀로 출범시킨 것 또한 김 회장의 마지막 M&A가 됐다. 

현재 태양광 사업의 경우 김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경영기획실장이 지난달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김 회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무게감의 차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처럼 한화의 주요사업이 차질을 빚자 재계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경영공백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종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은 곧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갖는 것이다. 엄청난 돈이 투자되는 사업에 투자하는 데 따른 부담은 그룹 총수가 아니면 힘들다"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도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선처를 요청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무엇보다 총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과 기업을 살리고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경영상의 판단으로 보고 선처해주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 혐의에 대해 1심과 2심 재판부는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로 판결했지만 배임 혐의에 대한 판단에서는 유무죄가 엇갈렸다. 다만 2심 재판부가 1심에서의 배임액수 3024억원을 1797억원으로 낮춰 잡은 것은 한화로서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한편 2심 재판부는 항소심 판결에서 1년 감형된 실형 3년에 벌금 50억원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은 한화그룹의 실질적인 경영자로서 책임에 상응하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개인적인 치부를 위한 전형적인 배임이 아닌 점, 사비를 털어 계열사 부당지원 피해액 3분의 2에 해당하는 1186억원을 공탁한 점,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김 회장은 구속 후 병세가 악화돼 세 차례나 구속집행정지를 연장하며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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