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사회와 신용정보회사-솔로몬신용정보㈜ 조한석 감사팀장
신용사회와 신용정보회사-솔로몬신용정보㈜ 조한석 감사팀장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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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신용불량자수는 284만명으로 집계되었다.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숫자이다. 신용불량자 300만명 시대가 바로 코앞에 닥친 느낌이다.

원래 신용은 윤리적인 개념에 가까운 것이었으나 실물 경제가 화폐경제와 신용경제로 발전해 감에 따라 현재의 신용은 재산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경제적 의미로 변모하게 되었다. 따라서 윤리적 개념의 신용과 경제적 개념의 신용은 그 의미상 서로 상충될 수 밖에 없으며 신용이 무너져가고 있는 요즘 아이러니컬하게도 신용의 윤리적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된다.

신용정보회사는 채권자로부터 채권추심을 위임받아 채무자에 대한 여러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추심활동을 하게 된다. 채무자의 주민등록번호, 성명, 주소, 전화번호 등 신용정보법상 식별정보로 규정되어 있는 하나 하나가 바로 자료인 것이다.

아마 가장 많이 들어본 정보는 신용불량정보라는 말일 것이다. 신용질서 문란행위에 관한 정보로써 거래의 종류, 거래당사자의 성명 또는 상호, 연체 또는 부도 등의 금액, 그 발생시기 또는 해소 시기 등 신용불량에 대한 자료들이 결합되어 신용불량정보를 구성한다.

이처럼 자료와 정보는 그 의미가 다른데 예를 들면 주민등록번호는 하나의 자료(1차 정보, Data)일 뿐이며 그냥 번호라는 것 이외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전달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주민등록번호와 성명이라는 두가지 자료가 함께 사용되면 그 의미가 분명하게 되며 이와 같이 두개 이상의 자료가 결합되어 의사결정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가공·처리된 자료의 집합을 정보(2차 정보, Information)라고 한다. 신용은 추상적 개념으로써 그 재산적 가치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용정보와 관련하여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 문제이다. 헌법 제17조에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불가침을 보장하고 있다.

한편 헌법 제127조 제1항에서는 「국가는…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정보의 발전을 국가의 임무로 규정함으로써 사생활 보호문제와 충돌할 소지를 남겨놓고 있다.

신용정보회사에서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가끔 채무자들로부터 크고 작은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다. 채무내역이 제3자에게 알려지게 되어 사생활을 침해 받았다는 내용이 주종을 이룬다.

신용정보회사는 채무자의 사생활 보호라는 문제와 재산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제적 의미에서 채권자의 재산권 보호라는 상충된 입장의 중간에서 지혜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서 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신용정보체계가 확립된 계기는 IMF일 것이다. 그 이전의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체계적인 신용분석을 통하지 않은 채 부동산을 담보로 하거나 정부의 결정에 의해 여신을 제공하는 등 산업의 성장속도에 비해 신용정보체계는 초보적인 수준에 정체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용도에 따른 적절한 금리차별화가 행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부분의 금융기관에는 대출금리가 높다고 판단한 우량기업은 보다 유리한 다른 금융기관으로 빠져 나갔고 불량고객은 그대로 잔류하게 됨으로써 스티글리츠가 말하는 ‘역선택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 결과 H그룹과 K자동차와 같은 불량고객이 부도가 나자 이들과 거래하던 금융기관들도 순식간에 동반 부실화되었다. 비교적 우량한 금융기관들마저 자금 수요처의 신용을 평가할 수 없어 여신의 추가 제공을 꺼리게 되었고 회생 가능한 우량기업마저 연쇄 도산을 맞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신용정보체계의 후진성은 우리나라 금융체계를 전반적으로 낙후시켰다.

신용정보회사의 역할은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제고일 것이다. 부실채권 회수비용을 절감시켜 주고 빠른 시일내에 효율적으로 부실채권을 회수시켜 줌으로써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사생활 보호 측면을 너무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개인신용정보의 활용이 어려워져 효율적인 신용정보체계 구축이 힘들어지고, 개인기업의 경우 사업자 개인이 기업과 동일시 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채 사업자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엄격히 보호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채무자를 보호하는 일과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은 모두 중요하며 신용불량자 300만 시대에 건전한 신용경제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신용정보회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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