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삼성ENG 지분 매입…왜?
삼성물산, 삼성ENG 지분 매입…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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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첫 걸음" vs "적대적 M&A 방어용"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입을 두고 증권가에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 주주대상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 가능성부터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반면 삼성ENG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그룹 차원의 조치일 뿐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삼성물산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지난 7월29일부터 5거래일동안 삼성ENG 주식 24만5481주(0.6%)를 장내 매입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ENG의 특별관계자 보유지분은 19.37%에서 19.98%로 늘었다. 총 매수금액은 190억~2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단순투자 목적을 위한 지분 확대이며 인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삼성ENG의 실적 부진과 함께 경영진 교체 등 이슈들이 이어지면서 회사의 변화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의 지분 매입은 계열사 지원이나 소유권 강화일 목적이 큰 만큼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삼성ENG는 울산 삼성정밀화학 신축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물탱크 폭발사고로 CEO를 삼성중공업 출신 박중흠 사장으로 교체했다. 정기인사를 통하지 않은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이다.

이광수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이 삼성ENG의 주주대상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첫 행보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증 참여는 결국 두 회사 간 합병이라는 장기적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삼성물산이 삼성ENG의 유증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주주가 돼야 하므로 비록 소규모일지라도 주주가 되고자 지분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이어 "합병이 가능하다면 산업 시너지와 그룹 내 자원 투입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소유권을 강화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을 취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도 채 안 되는 지분매입을 두고 합병설까지 언급하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삼성그룹이 주식매입을 통해 삼성ENG의 지분을 확대함으로써 삼성ENG가 적대적 M&A에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단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애초부터 삼성물산이 합병을 계획했다면 굳이 지난주 삼성ENG의 지분을 매입해 주가상승을 자극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조주형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 합병이 목적이었다면 삼성물산은 우선적으로 대규모 지분 확보를 했어야 한다고 판단된다"며 "지난주 삼성ENG 지분을 장내 매수하면서 시장 주가만 상승시키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대규모 지분을 확보하는데 투자 부담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ENG의 주가가 더 떨어지면 삼성물산이 인수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여줌으로써 삼성ENG의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막는 한편, 적대적  M&A 시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허문욱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삼성ENG의 외국인 지분율이 27%에 달해 적대적 M&A 이슈에 노출될 수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삼성ENG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풀이했다.

이어 "삼성물산이 삼성ENG와 사업 성격상 일관성을 지녔기 때문에 이번 지분매입의 주체가 됐을 것"이라며 "총 매수금액이 200억원에 불과해 긴급 자금수혈로 보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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