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지배구조 방안…"알맹이 없고 쭉정이만"
금융사 지배구조 방안…"알맹이 없고 쭉정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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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임기·보수상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 포함 안돼
"당국 사외이사 평가는 관치 아니냐" 비판도 제기

[서울파이낸스 윤동 문지훈기자] 금융당국이 그간 '황제경영'으로 비판받아온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대해 메스를 들었다. 하지만 학계와 업계에서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 없이 변죽만 울렸다는 혹평이 나온다.

17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19일 설립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TF(태스크포스)' 논의의 결과물인 선진화 방안을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밝히는 공개토론회 자리에서 업계와 학계의 비판이 쏟아졌다.

방안에 따르면 사회이사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 CEO의 경영권 독점을 견제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사외이사의 활동내역과 책임에 따른 보상체계를 수립하고 개인별 활동내역과 보수를 공시토록 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책임을 지우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실상 내부에서는 사외이사 외에 CEO 견제세력이 없다는 측면에서 금융사 CEO의 과도한 권한 집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날 공개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사외이사 제도만 고집하면 근본적인 변화가 힘들지 않을까 한다"며 "본질적 문제보다는 현실적이고 대중적인 것으로 논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도 "사외이사 임명할 때 이해상충을 철저하게 배제하다보니 대부분 퇴임한 사람 아니면 현직은 교수님들밖에 없다"며 "사실상 사외이사 풀이 제약돼 운용에 문제가 많아 제도 시행이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사외사의 평가나 보수상충 문제도 운용상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외이사 평가에서 금융당국의 영향이 크게 작용할 수 있어 사실상 관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조명현 고려대학교 교수는 "사외이사가 당국의 평가를 받는 것은 관치 문제 뿐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외부평가도 아직 평가기관이 자료와 근거도 없는 상황이라 현실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방영민 삼성증권 부사장도 "사외이사에 대해 평가를 하자는 것은 방향은 좋지만 사외이사 평가를 감독기관이나 외부에서 하는 것은 관치금융이 더 커질 가능성 있다"며 "사외이사들의 보상을 달리하고 이를 공개토록 하는 것은 사외이사간 갈등만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선진화 방안에는 업계에서도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CEO의 임기 및 보수상한, 금융사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제도 등 기존에 논의되던 사안들마저 방안에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지주와 은행의 문제에 골몰하느라 금융지주 자회사 지배구조 갈등 문제가 다뤄지지 않은 등 다른 업권과 관련해서는 내용이 많이 부실하다는 평가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도 "두달 가량 TF로는 지배구조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기존에 논의되던 여러 방안들도 담기지 않았다"며 "알맹이 없는 쭉정이를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도 "사실 지배구조라는 게 한 회사로 한정해도 CEO, 대주주, 임원, 주주 등 이해당사자가 많은데다, 그 회사가 또 다른 회사를 지배하거나 지배받는 일도 많다"며 "사외이사의 권한을 좀 강화했다고 해서 복잡한 지배구조 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거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TF 측은 이번 방안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최종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해결책의 첫걸음 정도로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TF의 위원장을 맡았던 박경서 교수는 "이번 TF가 CEO 권력 독점화와 거수기 이사회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며 "기업지배구조 문제도 이해관계자들의 매커니즘 작용여부가 핵심인데 그런 문제까지는 다루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지배구조 문제는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번 방안이)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그것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방안 이후 다시 금융사 선진화 방안이 새롭게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계획은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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