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길들이기' 우려 일부 희석
증권 등 "타업권 특수성 반영 안돼"
[서울파이낸스 윤동 문지훈기자] 금융당국이 전일 발표한 금융사 선진화 방안을 놓고 은행권과 타업권간 온도차가 감지된다. 최근 STX그룹과 쌍용건설 등 대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날을 세웠던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완화된 방안에 안도하고 있는 반면, 증권 보험 등의 경우 업권별 특수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아쉽다는 평가다.
18일 금융위원회는 전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TF(태스크포스)의 성과물인 선진화 방안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종전까지 개별 금융업법을 통해 지배구조 규제를 받아 업권별 규제차익이 발생하던 것에서 하나로 통합된 지배구조법을 통해 통일적·체계적 규율로 정비된다.
이 통일방안은 금융사 CEO의 과도한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해 사외이사의 권한을 늘려 견제 기능을 강화했다. 또 지배구조의 정책·운영 실태를 기재한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작성·공시하게 해 시장에 정보를 공개하고 감시를 받도록 했다.
이번 선진화 방안에 대해 은행권은 당국의 규제 리스크가 상당부분 희석됐다는 분위기다. 당초 업계에서는 금융지주사 사외이사의 '거수기' 논란을 비롯해 일부 금융지주사에서 발생한 사외이사와 경영진 간 갈등이 지속적으로 불거지자 '대수술'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 최근 STX그룹과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추진 과정에서 당국과의 입장차를 보이면서 이번 선진화 방안이 '은행 길들이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세부적인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당국이 금융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결론이 난 것 같다"며 "기존에 언급됐던 내용 이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 업권은 통합규제의 경우 업권별 특수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간 지배구조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확실한 2금융권과 오너가 없는 은행 및 금융지주를 동일한 기준에 의해 하나의 규제로 묶는 발상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금융권별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업권별로 상이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도 "전반적으로 은행업권 중심의 방안이 나왔다"며 "다른 업권의 경우 지배구조의 특수성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