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건설업계, 대규모 구조조정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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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대형사, 해외 수익성 악화…1Q 순손실 4천억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국내외 실적 악화로 벼랑 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기불황 여파로 국내 발주량이 줄어들자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 이에 업계 안팎에선 대형건설사 마저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에 직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두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8개 상장 대형 건설사는 올 1분기 연결기준으로 총 2371억원의 영업손실과 21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비상장사인 SK건설의 실적까지 합치면 9개 대형 건설사의 올 1분기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4809억원, 3936억원에 달한다.

1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유지한 건설사들의 실적도 급감했다. 현대산업개발과 두산건설의 1분기 영업익은 각각 292억원, 127억원이지만 전년동기대비 반 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물산의 경우 영업익은 675억원으로 28% 감소했다.

특히 1분기 영업익이 전년동기대비 감소했거나 적자로 전환한 곳은 9개 업체 중 6개에 이른다. 주로 해외에서 펼친 대형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선 보통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데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 실적을 늘리기 위해 도를 넘은 경쟁을 벌이다보니 저가 입찰이 만연하다"며 "당시 수주했던 해외사업이 마무리되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부실 수주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대형 건설사마저 실적악화와 자금난 등 어려움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 SOC 발주가 줄면서 건설사 일감이 사라지자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저가 수주와 경쟁심화로 수익성이 더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와 해외부문이 동시에 나빠지면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대형사들까지 어려움에 빠지면 업계가 회복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건설업 성장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며 올해도 구조조정 대상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이미 한일건설과 동보주택산업, STX건설 등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쌍용건설은 졸업 8년 만에 워크아웃을 재추진하고 있다. 현재 시공능력평가순위 100대 건설사 중 21곳이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를 진행 중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설업계의 체질개선도 필요하다"며 "대규모 해외프로젝트를 수주할 때는 정부가 중재해 국내 대형건설사끼리 출혈경쟁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건설사들은 토목, 플랜트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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