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4억원 장부상 손실보존 목적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한국은행이 외환은행 주식가격을 올려달라는 소송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한은이 외환은행 주식을 팔며 떠안게 된 1000억원 규모의 장부상 손실 때문이다. 상대는 '사실상' 하나금융지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은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15일 법원에 외환은행-하나금융지주 주식교환에서 외환은행 주주에게 제시된 1주당 7383원의 매수가격이 적당한지 판단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송은 '주식매수가격 결정청구의 소'로, 상대방이 없기 때문에 엄밀하게는 소송이 아닌 비(非)소송(비송사건)이다. 법원이 주도적으로 가격책정 과정이 적절했는지 판단을 하되 결정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항고'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실상의 상대방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가 될 확률이 높다. 만약 법원이 주식가격을 올려주면 피해를 보는 것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외환은행의 2대 주주(지분 6.1%)였다. 그러나 지난달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완전히 합병하며 한은은 보유주 3950만주를 외환은행(하나금융지주)에 주당 7383원에 매각했다.
이 가격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과거 평균 등을 합산해 낸 것인데 한은의 장부가(주당 1만원)에는 한참 모자란다. 이 때문에 한은으로서는 올해 1034억원 상당의 장부상 손실을 보게 됐다.
만약 하나금융지주가 항고한다면 한은은 금융기관과 유례없는 법정싸움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은은 법정에 가기 전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의 요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법원이 한은의 '특수성'을 인정하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1967년 외환은행 설립 당시 전액(100억원)을 출자한 뒤 50년 가까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다른 주주들과는 가격책정이 달라야 한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