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구조조정 '브레이크'
증권업계 구조조정 '브레이크'
  • 임상연
  • 승인 2003.03.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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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침체 속 현대3사 등 매각 연기설 나돌아
SKG분식 파문 단기 수익성 악화 원인
지정학적 리스크도 합병 걸림돌 작용


증시에 잇따라 대형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증권업계 구조조정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특히 지난 11일 발표된 SKG의 1조5천억원 분식회계 사건으로 증권사의 단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인수합병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 북핵문제로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급속히 위축시키고 있어 올 한해 업계 구조조정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G분식 파문 증권사 수익성 ‘흔들’

최근 정부당국 및 증권업계에서는 현대3사 매각 논의가 현대투신의 1천7백억원에 달하는 SKG여신으로 무기한 연기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잠재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인수대상자인 푸르덴셜이 더 이상 인수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투 대투 대우증권 등의 인수합병 논의도 증시 장기침체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10여개 증권사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등 하드웨어적 구조조정이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현대3사 매각 연기설에 대해 감독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3사에 대한 매각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일축하면서도 “정권교체 이후 계속되고 있는 증시침체와 금융당국의 인사 난맥상 등으로 증권사 인수합병이라는 하드웨어적 구조조정에 대한 노력들이 사실상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해 이전과 같은 전향적인 합병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부정적 전망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증권사의 수익성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과당경쟁에 따른 주요 수입원(위탁수수료 수입)의 수익성 악화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

더욱이 지난 11일 발표된 SKG분식회계 사건은 증권사 투신영업 부문에도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펀드 대량 환매요청이 들어오면서 증권사 수익증권 판매잔고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이 부문 수익도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증권사 수익원의 뿌리와 줄기를 이루고 있는 위탁수수료와 투신영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증권사 인수합병에 대한 논의 자체가 유보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매우 저평가되고 있는 점과 이에 반해 증권사마다 많은 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증권업계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들어 계속된 지수하락으로 삼성 LG투자 대신 서울 브릿지증권 등 일부증권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증권사 주가가 액면가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대해 대형사 한 애널리스트는 “지금처럼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매우 저평가된 상태에서는 협상 자체가 이루어지기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며 “더욱이 증시침체기에도 대부분의 증권사가 많은 잉여금과 인력감축 등의 소프트웨어적 구조조정을 통해 버틸 수 있는 상태여서 당분간 업계 구조조정은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외국인 연일 매도

북핵문제로 가열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증권업계 구조조정 지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는 17일쯤으로 예정됐던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유엔의 사찰 지속과 독일 프랑스 등 반전 동맹국들의 반발로 지연되면서 오히려 북한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전쟁에 대한 불안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코리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2일 현재 외국인들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8천억원 가량을 순매도한 상태다.

외국인이 주식시장 전체 자금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투자심리 위축은 증시침체를 더욱 부추겨 결과적으로 증권사의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증권사 인수 또는 시장진입을 계획하고 있는 외국계 기관들의 자금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장기간 정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북핵문제, 가계대출 위기, 대기업의 분식회계 등으로 한국 경제의 기본적인 펀더멘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 조율에 따라 증시상황과 업계 구조조정 속도도 차이가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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