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금산분리 비판·KDB 민영화 찬성 해명
서강대·국가미래硏 '낙하산 인사' 논란 지속
[서울파이낸스 문지훈기자]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자신을 둘러싼 자격 논란에 대한 해명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홍 내정자의 경우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홍 내정자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거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비판 및 KDB산업은행 민영화 찬성에 대한 입장을 해명했다.
앞서 홍 내정자는 과거 자신의 저서를 통해 금산분리에 대해 비판한 바 있으며 한 언론사에 산은 민영화에 찬성하는 기고문을 게재했었다. 이는 현 정부가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한편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강조하며 산은 민영화를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입장과 상반된 것이다.
홍 내정자는 2008년 한반도선진화재단이 펴낸 '왜 금융선진화인가'에 '금산분리 원칙의 재조명' 주제의 글에서 "(금산분리는) 금융산업 발전의 족쇄"라며 "계속 금산분리 원칙을 고집하면 우리 금융산업의 조속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2008년 한 언론사에 게재한 칼럼서는 "산은 민영화는 공기업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뿐 아니라 낙후된 우리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며 "산은 구조조정 관련 법안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돼야 투자은행(CIB) 육성을 위한 시동이라도 걸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홍 내정자는 "당시 외환위기 이후 많은 국내은행들이 외국계 자본에 인수돼 국내시장이 잠식됐으며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국내기업들은 금산분리로 역차별을 받았다"며 "사모펀드에 참여하는 복수의 국내 산업자본의 은행 인수를 허용하면 역차별도 막고 견제효과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산은 민영화에 대해서는 "과거 산은의 민영화에 찬성하는 의견을 냈을 당시에는 국회에 산은 민영화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었다"며 "당시 산은의 자산가치가 매우 높았고 국제적인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대형 CIB 육성 측면에서 찬성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시장의 환경이 변했고 산은 민영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꼈다"고 해명했다.
홍 내정자가 자신의 과거 주장에 대한 해명에 나서면서 해당 내용을 둘러싼 자격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강대, 국가미래연구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이라는 점에 대한 낙하산 인사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홍 내정자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며 '박근혜식 4대 천왕'의 탄생을 우려하고 있다.
산은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MB정권 때도 측근들을 금융기관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 소위 '4대천왕'을 만들어낸 기억이 또렷한데 또 다시 측근을 내려 보낸 인사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비난이 이어졌다.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초기 이뤄졌던 낙하산 인사 '4대천왕'을 비난하며 퇴장을 요구한 박근혜 정부의 KDB금융 회장 내정은 앞으로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임을 예고한다"며 "또다시 국가미래연구원이고, 또다시 인수위원회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내정자는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