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은행이 동네북인가?
[기자수첩] 한국은행이 동네북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한국은행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범정부적으로 정책 초점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맞춰진 가운데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논란이 재차 불거졌기 때문이다.

사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한국은행의 독립성 훼손 문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김중수 총재가 지난 정부 때 취임한 소위 'MB맨'이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경제의 더딘 회복세로 과거 어느 때보다 통화정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한국은행에 가해지는 금리인하 압박은 도를 넘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포문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열었다. 지난달 25일 "정책 패키지에는 금융부문이 포함되며 여기에는 금리와 수출 경쟁력을 위한 금융지원 등이 있다"며 사실상 금리인하를 요구한 것.

이후 정부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 전망률을 석 달 만에 0.7%포인트나 하향조정하며 '한국판 재정절벽' 가능성까지 운운했다. 이달 금리 결정과 함께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을 발표해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 1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한은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 인하와 총액대출한도 인상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어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추경에다 한은이 금리 인하까지 해주면 더 좋다"고 밝혔다. 곧바로 청와대는 금리인하 압박을 부인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같은 당·정·청의 전방위 금리인하 압박에 한은 노조도 발끈하고 나섰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금리 인하는 인하대로 인상은 인상대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경제상황을 정확히 인식해 결정 내려야 한다"며 "통화정책 결정은 동전 던지기 게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취임 초기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강조해온 김 총재로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노조조차 "통화정책의 중립적 수행보다 정부정책에 공조를 해왔다고 의심받고 있는 김 총재가 현재 국면에서 직접적인 당사자"라며 날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김 총재는 과거 어느 때보다 금리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대외 주요국과의 통화정책 공조를 내세워 금리를 동결하는 '결단'을 내렸다. 김 총재로서는 정부 압박과 대외 금융환경 중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느냐를 고민해야하는 처지다. 

중요한 것은 한은이 안팎의 압력과 논란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노조도 성명서에서 "통화정책의 중립적 수행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시간이 흐른 후 역사에 의해 재조명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금통위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물론 금리결정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한은의 이번 금리결정이 한은은 물론 김 총재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