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너무 앞서간(?) 금융소비자단체
[기자수첩] 너무 앞서간(?) 금융소비자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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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지난 20일 대규모 금융 전산장애가 발생하면서 금융소비자 단체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금융소비자원과 금융소비자연맹 등 다수의 금융소비자단체는 다음날인 21일 앞다퉈 피해신고 접수를 시작했다. 대상은 신한은행,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고객들이었다.

당시 이들 소비자단체들은 지난 2011년 농협 해킹 사태처럼 일단 피해 사례를 모아 해당 금융사와 중재를 시도한 뒤 상황에 따라 집단소송까지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농협 사건과 달리 전산장애가 2시간여 만에 해결됐고 해당 금융사들은 기본적으로 발생한 모든 피해에 대해서 100% 보장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현재까지 전산장애로 피해 신고가 접수된 사례도 불과 3~4건으로 모두 해당 금융기관에서 피해를 보상했다.

이처럼 대규모 전산장애가 곧바로 진정기미를 보이자 오히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내심 아쉬워하는 눈치다. 이번 전산장애가 농협 전산사태처럼 소송으로 갈 경우 금전적 보상은 물론 단체의 홍보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는 계산에서다. 

물론 소비자단체들로선 대규모 전산장애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대변해줄 필요성은 부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해커가 맘먹고 달려든 것으로 당국 역시 '불가피한 사고'라고 인정하고 있다. 각 금융사들이 고객정보 및 IT보안을 허술하게 했는지는 앞으로 금융당국이 더 조사해봐야 할 일이기도 하다.

같은 이유로 소비자단체들 역시 정부의 추가적인 조사결과를 지켜본 후 본격적으로 대응해도 늦지 않는다. 전산장애 직후 홈페이지 공지까지 띄워가며 경쟁적으로 피해사례를 모집하는 모습은 소비자들이 보기에도 자칫 '이익집단'으로 비쳐질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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