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쉬운 예탁원 수수료 인상
[기자수첩] 아쉬운 예탁원 수수료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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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최재연기자] 한국예탁결제원의 수수료 인상 방침에 증권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예탁원이 내년부터 2015년까지 해외주식거래와 채권거래에 대한 수수료를 최대 2배까지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왜 하필 지금이냐'는 볼멘소리다.

예탁원은 그간 해외 주식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수수료를 대납해왔으나 최근 거래증가에 따른 부담이 늘어 수익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그렇지 않아도 거래대금 감소로 수익이 부진한 상황에서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는 해외주식거래 사업마저 수수료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해외주식거래 매매마진이 줄게 된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담시키게 되면 투심은 위축되고 한창 커 나가고 있는 관련 시장 역시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증권사가 수수료 부담을 떠안거나,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는 방식 모두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탁원도 이러한 업계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예탁원은 해외증권 투자에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참석했던 증권사들은 기간 연장이나 인상 폭 완화를 요청했으나 결과적으로 수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는 여전히 한 해 수수료 수입이 100억 정도에 불과한 해외 주식거래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13개 증권사가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후발주자들의 시장 진입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선에서 수수료 면제나 할인이 필요하다는 것.

이에 대해 예탁원은 이번 방침이 지난 4년간 관련 사안에 대해 증권업계와 논의를 거쳐 업계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며 완화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본래 증권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예탁원이 대납해주는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한국이 유일하며, 시장 성장 초기에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

물론 해외주식거래 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있어 장기적으로는 예탁원의 결정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증권업계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예탁원에 의존하는 비중을 줄이고 자구책을 찾아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적자와 자본잠식, 매각 부진으로 신음하는 업계가 당국의 기대만큼 '홀로서기'를 할 여력이 있을 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아직까지는 지배적이다. 업계와의 조율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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