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의 도넘는 '아전인수' 해석
[기자수첩] 현대차의 도넘는 '아전인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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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그런데 정몽구 회장님께서 아직까지 8년째 답을 안 주시네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이 올 초 한 시사프로그램 인터뷰 과정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가 지난 2004년 노동부 판정 이후 8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부분이다.

그리고 2013년 3월. 현재까지도 사측은 자신들의 불법파견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법파견 판정에 대한 '아전인수'격 대응만 고집하고 있다. 가장 최근 나온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판정에 대한 회사 측 입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20일 중노위는 현대차 울산공장 1~4공장의 조립공정 자체를 불법파견이라고 보고, 부당징계 구제 재심신청을 낸 423명 중 279명이 불법파견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간 현대차가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최병승씨 1명만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그런데 이번 중노위 판정 이후 현대차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사측은 앞으로도 이 문제를 속시원히 해결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대차는 이날 '중노위 판정에 대한 현대차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적법하게 운영하고 있는 사내하도급에 대해서 일부 파견 판정을 내린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는 말로 서두를 시작한다. '불법파견' 행위 자체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더욱 눈에 띄는 부분은 다음이다. 현대차는 "중노위에서 조차 상당수 사내하도급에 대해 적법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사내하청노조가 주장하는 전원 정규직화 요구는 이제 명분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중노위가 '전체 사내하청 업체(총 51개)가 아닌 '일부(총 32개)'에 대해서만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것을 빌미 삼아, 자신들의 입장에 맞게 해석한 것이다.

결국 현대차는 중노위의 불법파견 판정 결과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겠다면서도, 사측의 이익에 부합하는 부분은 확대해석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고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중노위 판정이 그간 내려진 대법원 판결보다 다소 후퇴했다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GM대우에 대한 판결만 봐도 자동차 생산 공정에서 기본적으로 도급이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정은 현대차 사업장이 '불법파견'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시켜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판정으로 상당수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 해당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는 앞서 회사 측이 대안으로 내놓은 '정규직 신규채용'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현대차는 한달 뒤 중노위 판정서를 받아본 뒤 향후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부디 그 대책이 여전히 사측만의 논리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작전'만은 아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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