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조적 자본주의로 가는 길
교조적 자본주의로 가는 길
  • 홍승희
  • 승인 2005.07.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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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폭탄성 제안을 자주하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이번에는 1인 1주택 이상 보유를 금지시키자는 주택소유제안 입법을 준비 중이라는 인터넷 기사로 또 한번 눈길을 끈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이 기사를 논쟁거리로 올려놓은 다음미디어에서 댓글을 다는 쪽은 압도적으로 홍의원에게 ‘사회주의 할 거냐’ ‘포퓰리즘 아니냐’ 등의 비난성 글이 많은데 찬반 투표에서는 홍의원 제안에 찬성한다는 답이 반대하는 의견의 2배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말로 표현하기 전에 느낌에 충실한 대중적 정서는 분명 상위 5%가 전국토의 85%를 소유하고 있다거나 1.8%가 35%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거나 하는 편중된 현실에 저항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온라인 투표의 결과일 것이다.

반면 익명성이 덜한 댓글에 나타난 사고들은 거의 자본주의의 원리주의 신앙인들 같은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논쟁에 참여하는 이들이나 투표에 참가하는 이들이나 대체로 젊은 층들일 터이다.

그들이 올린 댓글에 드러난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천민자본주의적 발상이라는 데 우리 사회의 어두운 전망이 드리워진다.

부동산 투기 단속이 사유재산에 규제를 가하는 것이고 주택소유를 제한하면 자본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이 젊은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현상을 보면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를 얼마나 천박한 논리로 가르쳤는지 실감하게 한다.

결국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는 중남미식 몰락을 향해 치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은 우려가 절로 난다.

그런가 하면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하면서 동시에 대중 정서를 무시한다는 비난을 곁들일 때는 이들 논리의 빈약함에 웃게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투기억제=분배정의=좌파=사회주의=몰락한 동유럽의 등식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게 되면 그 단순 논리에 씁쓸함을 지우기 어렵게 된다.

물론 그 등식이 일정 정도 성립 가능한 요소를 갖고 있지만 다양한 변수들을 무조건 사상시킨 단순 논리로 자본주의를 옹호하다보니 교조적, 원리주의적 극단으로 치닫는다.

우리 사회의 목표가 마치 어떤 주의주장을 옹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 양 이데올로기로 신앙하는 모습에서 자본주의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자유로운 토대에서의 창의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자본주의가 수단 아닌 목표가 될 때 조선조 주자학의 교조주의가 우리 역사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웠나를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학문이나 사상을 받아들일 때는 그 학문, 사상을 통해 기존 사유의 틀을 깨고 참신한 발상을 구하려는 목적이 필요하다.

조선 왕조가 주자학을 국가 통치이념으로 받아들일 때는 정신 건강하고 유능한 사대부층이 왕권을 견제함으로써 왕권의 독주에 따른 사회적 정체를 타파하자는 목표가 있었을 것이다.

멸망시킨 고려 왕조가 초기의 지역분할적 봉건성을 극복하는 무기로 택했던 불교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무기력해져가는 왕조의 슬러지화함으로써 사회적 폐단을 조장했기에 그 대안으로 주자학이 채택되었다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우리 사회가 주인이 돼서 주자학의 옷을 입는 것과 주자학이 사회의 주인이 돼서 그 사회를 신민화, 노예화시키는 것의 차이는 극명하다.

조선조 사회는 그 중 후자를 선택, 모두가 주자학을 위해 복종하고 복무하는 구조로 나아갔고 따라서 새로운 사상이 싹틀 여지들을 있는대로 틀어막았다.

뿐만 아니라 외래사조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민족이 고유하게 지켜온 여러 전통, 문화들은 철저히 배척당했다.

한마디로 주자학 이외의 어떤 사상, 이념도 존재해서는 안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조선조 후기로 가면 심지어 맹자마저 배척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났다.

오직 유학 가운데서도 규범학의 범주에 속할 주자의 학문만이 유일 정통이라는 식의 교조주의가 조선사회의 자생적 변화 발전을 질식시킨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는 그와 다른가.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이라는 자본주의적 이상은 분명 바람직하고 유용하지만 무엇이 진정 자유로운 경쟁인지에 이르면 의견은 구구각각 나뉘는 것이 당연하다.

모두가 같은 선상에서 스타트하기는 불가능하다 해도 되도록이면 비슷한 조건은 주고 경쟁하게 하는 것, 그것마저 자본주의의 적으로 규정되는 정도의 인식이 미래의 한국사회를 지배한다면 그건 응당 염려하고 염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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