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로펌 출신' 공정위 수장이 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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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경제민주화 흐름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한만수 이화여대 교수에 대한 평가 중 하나다. 지난 14일 청와대가 새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한 교수를 내정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주된 요인은 그의 이력. 한 교수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단속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는 대척점에 있는 법무법인 출신이다. 그것도 사업연수원 수료 직후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 입사해 19년, 법무법인 율촌에서도 7년 간 일했다.

변호활동에서도 삼성의 편법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문제였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사건을 맡으며 삼성의 입장을 변호했다. 그 외에도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삼성증권, 하나은행 등 재벌과 대기업들을 위한 변호를 해왔고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도 다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 내정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로 다루는 경쟁법의 전문가가 아닌 세법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관련 이력을 보면 재정경제부 혹은 기획재정부 세제실 고문이나 세제발전심의위원, 조세심팜원 비상임심판관 등 조세분야의 전문가로서의 활동이 대부분이고  로펌에 몸을 담을 당시에도 대부분 세법 관련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정 발표 직후 대부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연결고리는 그와 박 대통령과의 인연.

한 내정자는 2010년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의 법정치 분야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대선국면에서는 새누리당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정부개혁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 내정자 지명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또다른 속내가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낳고 있다.

그도그럴 것이 지난 2월 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새정부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란 용어 자체가 사라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 대통령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가 재등장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창조경제'를 위한 도우미로써 언급됐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로펌 출신의 공정위 수장 발탁이 각계에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할 지는 불보듯 뻔하다. 경제개혁연대도 최근 논평을 통해 '경제민주화의 수위와 속도 조절'이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전달된 상황에서 국회가 제대로 법을 만들 것이며, 정부부처가 이를 엄정하게 집행할 것이고, 재계가 스스로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물론 한 교수의 과거 이력이 향후 행보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기우일 수 있다. 하지만 과거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했던 인물이 그들에게 날선 칼날을 들이댈 수 있을지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한 내정자로서는 '친재벌'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느냐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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