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7년 후 재형펀드의 운명
[기자수첩] 7년 후 재형펀드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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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재형펀드가 첫 선을 보였다. 하지만 말 그대로 '소문난 잔치'였다. 첫날 성적표가 그랬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재형펀드 판매 첫날인 지난 6일 국내 18개 자산운용사 재형펀드에 몰린 자금은 10억6700만원, 이는 같은 날 은행권 재형저축 유입자금(198억300만원)의 18분의 1 수준이다.

재형펀드가 유독 서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재형펀드도 엄연한 '펀드'다. 운용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인 상품의 특성상, 자칫 시장이 휘청하기라도 하면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 금융위기에 국내외 펀드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던 게 불과 5년 전이다.

특히 지난해 국내외펀드 수익률은 세계 경기불황에 '마이너스' 랠리를 펼쳤다. 최근에는 북한발 리스크까지 합세했다. 이런 상황에서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이 7년 간 자금을 묶어둘 투자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증권사들 역시 재형저축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중은행들과는 태도가 사뭇 다르다. 재형펀드 출시 첫날 만난 한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지난달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금융투자자의 투자실태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한 펀드를 5년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전체의 12.2%에 불과했다. 8명 중 7명은 5년 안에 펀드환매에 나선다는 얘기다.

그러나 재형펀드 투자자들은 7년 만기를 못 채우면 재형상품의 핵심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7년을 기다린 끝에, 연장을 한 경우에도 중도해지는 허용되지 않는다. 여기에 해지수수료와 환매수수료도 물어야 한다. 연 4% 후반대의 금리로 무장한 재형저축과 비교하면 펀드상품으로서의 한계가 더욱 명확해진다.

재형저축상품이 18년 만에 부활한 것은 정부가 서민저축을 장려해 재산형성에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였다. 엄연히 펀드지만 재형펀드 역시 '서민'이 재산을 형성할 수 있는 상품이라야 한다.

하지만 계약이전 등 보완제도 하나 없이 '7년간은 꼼짝 못하니 사전에 잘 따져보라'고만 하는 것은 펀드 상품의 한계를 지나치게 간과한 처사가 아닐까 싶다. 당장 하루하루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에게 7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닐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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