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사 부도공포 '자승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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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업황부진 장기화로 건설업계에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올해 얼마나 많은 건설사가 쓰러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해외건설의 명가' 쌍용건설이 2년 연속 적자를 내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금호산업도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93.9%에 달했다.

여기에 지난해 3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 100개사 중 증시에 상장된 건설사 8개사가 자본잠식상태에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2012년 말 현재 국내 100대 건설사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건설사는 21곳에 달한다. 상당수가 30위권 업체로, 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충당한 사업비가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묶이면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까지는 부도공포가 중견사들의 문제였다면 올해부터는 상위권 업체들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건설업계는 대형건설사들의 연쇄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 역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 건설업계의 불황은 업계 스스로가 자초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형사 간의 담합과 하도급 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 그룹사 일감 몰아주기 그리고 저가 수주 및 고분양가 책정 등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은 한두해 거론된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불공정거래로 징수한 과징금 총 9138억원 가운데 건설업을 대상으로 부과한 과징금은 약 1230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공정위가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총액의 23%가 넘는 수치다.

또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3번 이상 하도급법을 어긴 상습위반 업체는 172개사 총 631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건설업체는 46%인 80개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오죽하면 이달 초 전문건설업계가 199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오던 표준품셈 현실화 등의 문제를 호소했을까.

아울러 리얼투데이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13개 건설사의 평균 분양 분양가를 조사한 결과, 삼성물산 등 5개 대형사의 분양가(2080만원)가 나머지 8개 중견사가 책정한 평균 분양가(1422만원)보다 46.3%(658만원)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부도공포'를 내세워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면서도 뒤에서는 업계 관행을 내세워 '손해보지 않겠다'는 심보를 드러낸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이같은 건설업계의 불합리한 관행이 지속되는 한 부도공포는 또다시 재현될 수밖에 없다. 업계 스스로의 정화노력을 통해 보다 '건설적인' 건설사가 많아져야 위기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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