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 때아닌 고분양가 '논란'
대형건설사들, 때아닌 고분양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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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차이, 고급화 전략…비싼값 아냐"
"미분양 초래로 업황 회복 지체 우려"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장기적인 주택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대형건설사들이 고가 분양을 고집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대형사들은 땅값과 자재 등을 비롯한 원가가 다른데다 고품질 아파트 공급을 위한 차별화 전략을 고려할 때 결코 비싼 값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주택경기가 최악임에도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은 분양가상한제 폐지 주장의 토대를 갉아먹는 것이라고 비판이 나온다.

5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13개 건설사의 평균 분양 분양가를 조사한 결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 5개 대형사가 서울에서 공급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208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나머지 8개 중견 건설사들의 3.3㎡당 분양가 1422만원 보다 658만원(46.3%), 13개 건설사의 평균 분양가(1675만원)보다 405만원(24.2%) 비싼 가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경기가 침체에 빠진 것도 대형건설사들의 서울 아파트 분양가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과 지난해 서울 아파트 분양가를 비교하면 10대 대형사의 분양가는 4% 낮아진데 그쳤지만 나머지 건설사들의 평균 분양가는 2008년 1639만원에서 지난해 1422만원으로 13.2% 낮아졌다.

대형사들의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도 비쌌다. 롯데건설이 지난해 2월 서초구 방배동에 분양한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 전용 121㎡의 경우 3.3㎡당 3297만원으로 분양됐으며 같은 해 4월 선보인 '서초 롯데캐슬 프레지던트' 전용 119㎡는 3460만원으로 더 비싸게 공급됐다.

이들 분양가는 지난해 서울 새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인 1675만원을 크게 웃돈다. 분양 당시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교하면 방배동 2313만원, 서초동 2410만원으로 분양가가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또한 삼성물산이 지난해 2월 분양한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 도곡 진달래' 전용 106㎡도 3230만원에 분양가가 책정돼 당시 주변시세 3014만원 보다 비쌌다. GS건설이 지난해 5월 영등포구 도림동에서 분양한 '영등포 아트자이' 전용 143㎡는 분양가가 1787만원으로, 당시 도림동 시세보다 600만원 넘게 차이 났다.

대형사들은 이 같은 고분양가 논란에 대해 '입지와 자재가 다르고 브랜드 파워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주로 강남권 등 입지가 우수한 사업장을 고르는데다 고급 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것"이라며 "중견업체가 부족한 브랜드 영향력을 가격 인하로 커버하는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 조합이 비싼 분양가를 고집해 어쩔 수 없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형사들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 같이 고가분양을 고집할 수 있었던 것은 고소득자나 부유층 등의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이들 업체가 공급한 단지들은 대부분 분양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제 살 깎아먹기'라는 지적이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주택경기 침체로 아파트 브랜드 이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고분양가만 내세우다보면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이 돼 미분양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부동산시장 회복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강북구 J공인 관계자도 "가뜩이나 시장이 어려워 일각에선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를 낮추려고 노력하는데 강남 등 일부에서 여전히 고분양가를 고집하면 건설업계의 신뢰가 회복되겠냐"라고 반문했다.

한 업계 관계자 역시 "그동안 건설업계는 '주택경기가 침체돼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더라도 상품을 팔기 위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의 의미가 없다고 주장을 펼쳤으나 이 같은 행태는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해 서울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는 5개 대형사 외에 한화건설, 쌍용건설, 동부건설, 서희건설, 신동아건설, 동아건설산업, 광덕건설, 승윤종합건설 등 중소형 업체 8곳 등 총 13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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