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00원대 붕괴?…수출기업들 '긴장'
환율, 1000원대 붕괴?…수출기업들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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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미국 재정절벽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연초 1070원선이 붕괴된 채 개장한 환율은 1060원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일각에선 연내 1000원대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 대외 불확실성 제거+엔화 약세

4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6개월만에 1070원선이 붕괴된 뒤 1060원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1185.5원 대비 10% 넘게 급락한 수준이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가운데 경기 회복을 위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이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단행하면서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인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치권이 재정절벽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문제는 원화 절상(환율 하락)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해 4분기 원화는 달러화 대비 3.8% 하락(원화 가치 상승)해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양적완화로 풀려난 유동성이 국내로 빠르게 흡수되며 환율 하락을 이끌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에 1030원까지 하락했다가 연말에는 1050원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관측했으며, KDB대우증권은 올 상반기말 1060원, 연말에는 105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최저 1000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연구원은 연내 1000원선 붕괴 가능성을 제기했다. 민간연구기관들이 전망한 환율 수준도 크게 다르지 않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연평균 환율로 1050원, 최저치는 1020원을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연평균 1074원, 최저 1050원으로 예측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미국 재정절벽 우려가 희석되면서 참가자들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환율에는 큰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60원대도 빠른 시일 안에 하향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 강세는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말했다.

◇수출기업들 '비상'

이처럼 연초부터 환율이 급락하면서 수출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급격한 환율의 하락은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이자 마진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업계는 환율하락에 따른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판단하는 환율의 마지노선은 각각 대기업 1076.1원, 중소기업은 1090.4원이다. 마지노선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수출기업들에게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환율에 민감도가 높고 일본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IT업계는 원화강세, 엔화약세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된다.

만약 일부 연구기관의 예측처럼 1000원대 환율마저 깨질 경우 중소·중견기업에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환율 하락 시나리오에 따른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마땅한 대비책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의 변화율이 1%포인트 하락하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0.094%포인트 낮아지지만 중소기업은 영업이익률이 0.139%포인트 내려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 하락세는 대내외 호재가 선반영된 측면이 있어 추가로 가파르게 하락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환율 하락세는 수입물가의 하락과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여 내수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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