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부진했던 자동차산업, 내년도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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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수 판매실적 전년비 –5.1% 추정
업계 "내년에도 성장세 둔화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올 한해 내수 시장에서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자동차 산업의 성장 둔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국내 완성차 5사의 성적은?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11월 자동차산업 동향' 자료를 보면, 국내 완성차 5사는 올 11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127만4529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로 이어지면 올 한해 완성차들은 전년 대비 5.1% 줄어든 14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8년 이후 4년만의 감소세다.

우선 국산차 중 맏형인 현대차의 판매대수는 60만4671대로, 작년보다 3.4% 줄어들었다. 형제 기업인 기아차도 43만5546대로 판매량이 2.8% 감소했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평가는 신차효과와 영업일수가 증가했던 몇 달을 제외하고는 현대기아차의 판매 실적이 대부분 전년 동월 대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월간 기준으로도 영업일수가 증가했던 2월, 현대차의 싼타페 등 신차가 출시됐던 5월, 개별소비세 인하와 기아차 K3의 신차효과가 발생한 10월, 11월을 제외하고 모두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특히 파업 영향이 가장 컸던 8월에는 약 8만7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17.1% 줄어들었다.

르노삼성은 5만3521대의 판매량을 기록, 작년에 비해 무려 46.7%의 감소세를 보였다. 신차 라인업이 빈약한 것이 판매 급감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부분변경 모델인 '뉴 SM5 플래티넘'의 출시로 부산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등 점차 활기를 띄어가는 모습이지만, 한해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그나마 한국지엠과 쌍용차는 전년에 비해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지엠은 13만1423대로 3.4% 늘었으며, 쌍용차는 4만2335대로 20.4% 증가했다.

수출 실적에서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상반기까지 수출 대수는 170만364대로, 전년 대비 10.4%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노사분규로 생산차질 등의 요인으로 연말에는 전년 대비 1.5% 증가한 320만대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자동차부품을 포함한 수출액은 718억불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와 수출을 합치면 완성차 5사의 전체 생산량은 460만대다.

◆수입차, 내수 점유율 10% 넘어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수입차 판매대수는 12만195대로, 지난해에 비해 23.7% 늘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의 점유율 또한 지난 10월까지 10%를 넘어섰다. 지난 2004년 2.6%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불과 8년 사이에 4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아우디 코리아 등 독일차 업체들의 3강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BMW코리아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2만6916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점유율의 22.4%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한 실적이다. 이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1만9143대로 작년보다 9.0% 올랐고, 아우디 코리아는 43.5% 급등한 1만4046대를 판매했다.

독일차 브랜드의 판매대수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에 비해 급성장한 메이커도 있다. 특히 한국토요타는 올해 신형 '캠리'를 시작으로 공격적인 신차 전략을 추구,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113.4% 급성장한 9803대를 팔았다.

이승구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 약화 가능성과 관련 위험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통해 "수입차 시장의 성장 추세는 향후에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피아트와 같이 새로운 브랜드가 국내 시장 진출을 예정하고 있고, 기존 진출 브랜드들의 경우 꾸준히 모델 라인업을 확충하면서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특히 럭셔리 고급차가 아닌 해외 일반 대중차 브랜드의 국내 시장 공략이 강화되고 있는 점이 주목할만한 현상"이라며 "과거 혼다의 어코드가 수입차 베스트셀링카로 선정된 사실과 최근의 도요타 캠리의 판매 확대 및 독일 폭스바겐의 선전을 감안하면 고급차가 아닌 일반 브랜드 수입차에 대한 잠재 수요도 상당히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자동차 산업, 내년에도 흐릴 것"

내년에도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승구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2013년 산업전망-자동차' 보고서에서 국내 시장의 경우 경기부진 등의 요인으로 내수시장의 역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다가 다양한 부정적 이슈들이 업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 업계의 대표적인 부정적 이슈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및 감시·견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의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분배를 중시하는 기조와 주간 2교대제 도입에 따른 생산성 보완 및 비정규직 고용 등 잠재된 이슈들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노사관계는 불안정한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또 지난 2012년 프랑스 정부에 의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반덤핑 조사요청, 미국에서 발생한 연비기재 오류사태 등에서 알 수 있듯 높아진 사업 위상으로 인한 해외에서의 견제 및 감시 활동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등 자체적인 실적부진과 함께 유럽시장 침체로 인한 모기업의 글로벌 구조조정 움직임이 결부되면서 규모 축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KAMA와 지식경제부는 내년에도 내수 시장의 회복은 더뎌져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신 수출에서 소폭의 증가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회 지식경제부 자동차조선과 과장은 "내년 내수 판매량은 전년수준인 140만대에 그칠 전망"이라며 "경기회복 지연 및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고유가 지속, 수입차 시장잠식 등이 불안요인"이라고 전했다.

차종별로는 승용차가 0.7% 감소한 115만대, 상용차가 3.4% 증가한 25만대로 전망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형, CDV가 증가하는 반면 중형 및 대형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실적은 세계시장 회복세 지속, 한-EU FTA 추가 관세인하, 국산차의 품질 및 브랜드 가치 상승, 수출전략차종 투입 및 기아차 공급능력 확대 등으로 전년대비 3.1% 증가한 33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유로존 재정위기 지속, 원화강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 등 불안요인은 존재한다.

또한 지경부는 수입차 시장의 판매 실적에 대해 전년비 13.6% 증가한 15만대로 예상했다. 한-EU FTA에 따른 추가 관세인하와 한-미 FTA 관련 2000cc 초과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신모델 출시, 수입차 대중화에 따른 심리적 장벽약화, 수입차 할부금융서비스 강화 등의 요인이 판매를 확대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 브랜드들이 시장점유율 만회를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며, 수입차의 최대 약점이었던 A/S 강화를 위해 서비스센터 확대에도 집중할 전망이다.

반면 수입자동차협회는 내년 전망치를 전년비 8% 성장한 14만3000대로 예측했다. 협회는 "국내외 경기불안과 성장세 둔화,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며 성장률은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협회는 최근 몇 년간 나타나고 있는 2000cc 이하 차량 구매와 젊은 층·개인구매 비중의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이며, 디젤과 하이브리드 비중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각 브랜드의 수입채널 다변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 강화 노력과 다양한 라인업 전개로 인한 시장 확대 움직임도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대성 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내년 수입차 시장은 올해만큼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계속 좋아지고 있고 중소형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모델이 시장에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어 시장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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