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건희의 삼성! 이재용의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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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사장이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며 최고경영자로서 최전선을 누비게 됐다. 삼성전자 입사 21년, 사장 승진 후 2년만이다.

이 부회장을 보좌할 측근 인사들도 승진 대열에 합류했다. 삼성전자의 '곳간지기'인 DMC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상훈 사장은 1999년~2002년 삼성전자 북미총괄 경영지원팀장 시절 이 부회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선배인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케이션팀장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6월에는 이 부회장의 '가정교사'로 불리는 최지성 부회장이 미래전략실로 옮기며 그룹 2인자의 자리에 포진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삼성전자의 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최고경영자 반열에 오른 만큼 책임경영에 대한 부담(?)도 짊어질 때가 됐다는 시각에서다. 

이는 결국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등을 통한 그룹 지분 정리가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가 시작됐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삼성은 이같은 시각을 경계하고 있지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부회장의 이번 승진은 삼성그룹 내 '세대교체'의 시발점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번 승진이 삼성의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최고경영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임과 동시에 후계자로서의 한계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승진배경을 "글로벌 경영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경영자로서 경쟁사와의 경쟁과 협력관계 조정, 고객사와의 유대관계 강화 등을 통해 스마트폰·TV·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이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경쟁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지원, 창립 이래 최대 경영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고도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삼성 측의 자의적(?) 해석에 가깝다는 시각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삼성의 사상최대 실적이 이 부회장의 공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 2000년대 'e삼성'의 실패 등은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불신의 싹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삼성이 최근 스마트폰 부분에서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내자 이 부회장의 '물타기'가 호기를 맞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이건희 회장은 취임 25주년 기념식을 통해 "우리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우리가 꿈꾸는 초일류기업의 모습은 고객과 주주는 물론 국민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다"라고 언급했다. '이건희의 삼성'이 성과 측면에서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이었다면, 이제 '이재용의 삼성'이 가야할 길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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