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적대감의 손익계산서
남북 적대감의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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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초반부터 터진 NLL 공방 때문인지 선거공약에서 한반도 문제는 힘이 쑥 빠진 느낌이다. 게다가 남북 갈등을 증폭시킨 공방 탓인지 대선 기간 내내 ‘좌빨’이라는 표현이 여기저기 휩쓸고 다니는 듯하다.

가뜩이나 이명박 정부 들어 팽배해진 대북 적대감으로 ‘통일’을 말하면 졸지에 ‘좌빨’, 즉 좌익빨갱이로 몰리는 분위기다. 여전히 ‘반공이 국시’라는 정서가 기세를 잃지 않는 사회에서 이런 여론몰이의 위력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좌빨이라는 표현이 하필 빨간색을 로고로 선택하며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새누리당 안팎에서 폭탄공격처럼 쏟아지니 어지간한 뱃심 아니고는 입도 뻥긋하기 힘든 정도다. 대선을 앞두고 그런 분위기는 더욱 심하다. 인터넷 상의 댓글들을 보면 문법도 엉성한 단말마적 표현 ‘좌빨’은 언론의 자유를 대형 미디어만을 위한 전유물로 전치시킨다.
 
이 시점에 새삼 이념논쟁을 제기할 뜻이 있어서 내뱉는 푸념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런 적대감이 팽배하고 남북 관계는 십 수 년 전으로 되돌아간 상황에서 걱정스러운 것은 중국의 공격적이라 할 만한 북한 지역 진출의 기세다.
 
이미 북한의 내수시장은 중국산이 지배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온 지 오래됐다. 무산 철광석 광산 50년 채굴권을 갖고 8억6천3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을 비롯해 차근차근 북한 내 자원개발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제련소의 지분 중 60%는 중국 자본이라고도 한다.
 
물론 그밖에도 러시아, 영국, 이집트 등의 자본이 북한 지역에 투자해 철도를 놓고 담배회사까지 차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남북관계 악화로 봉쇄된 현대건설의 금강산 일대 시설과 통일교가 합작한 평화자동차 외에는 중소기업 중심의 개성공단 입주업체 등이 주류다. 북한의 값싼 인건비 외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사이에 중국은 북한의 자원 획득의 성과까지 누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5~2006년 무렵부터 무너져가는 북한 경제의 근간을 일으켜 세울 정도로 중국은 대담한 지원을 했고 그런 중국의 기세를 감지한 한국의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에 나선 결과를 이번 대선에서는 NLL 논란으로 파묻어버렸다. 그나마 집권기간 내내 남북 관계를 경색시켜온 현 정부 덕분에 지난 5년간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비롯한 북한 내 투자기업들은 좌불안석 전전긍긍해야만 했다.
 
북한과의 관계를 지금처럼 적대적으로만 몰고 갈 경우 북한 핵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 전반에 걸친 한국 정부의 발언권은 나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의 자본 진출을 지금처럼 구경만 하고 있다가는 남한 내 보수주의자들이 기대하듯이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경우 북한 땅이 중국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계속 증대될 수밖에 없다.
 
또 설사 한민족이라고 북한이 한국의 품으로 들어온다 한들 어린이들이 굶어 죽어갈 때 외면한 한국 속에서 평화로운 동거가 가능할 수도 없다. 영국이 아직도 아일랜드 문제에서 완전히 편안하지 못한 이유가 숱한 아일랜드 인들이 굶어 죽어갈 때 외면했던 업보 때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적대감에 사로잡힌 보수주의자들은 남한 내에도 굶는 사람이 있는데 왜 북한에 퍼주느냐고 화를 낸다. 그렇다면 남한 내 굶는 이들 문제를 한국 사회가 해결할 능력이 없는가. 안타깝게도 북한 퍼주기라고 화내는 이들은 대체로 남한 내의 복지 확대에도 인색한 경향을 보인다. 복지 확대를 주장해도 ‘좌빨’이라고 몰아대는 그들 아닌가.
 
오래 전에 본 범죄심리학 보고서에 보면 난폭한 사람들이 대체로 겁이 많다고 한다. 겁이 많기 때문에 과잉방어를 하다 보니 공격성향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금 과격하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들 역시 전쟁 공포가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하면 그 뿐이겠지만 철없는 청소년들에게까지 그 적대감을 대물림하게 되면 우리의 미래는 참 불행할 수밖에 없다.
 
35년간의 잔혹한 식민통치를 했고 변변한 사과 한마디 한 적 없는 일본과도 국교 수교를 한 우리가 왜 북한과는 끝없이 적대감만 키워나가야 하는 건가. 물론 아직 휴전상태이니 불안한 관계인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날선 적대감이 그런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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