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구조조정은 기업 줄도산 방지 비상카드"
"상시 구조조정은 기업 줄도산 방지 비상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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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상황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한계기업 급증

금융감독당국이 장기화하는 불황 속에 연쇄 도산 위기를 맞은 기업들을 살리고자 `상시 구조조정'이라는 비상카드를 꺼내 들었다.

부도위기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감독당국과 은행권이 먼저 나서 회생이 어려운 기업은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살릴 수 있는 기업은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살리겠다는 조치다.

은행권과 전문가들은 "올해 거의 모든 업종이 세계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며 "내년에 이런 상황이 반전될 요인이 별로 없어 한계기업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사정 얼마나 어렵기에…곳곳에 `빨간불'
기업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는 감독당국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18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최근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했다.

지난 9~10월 기업의 업황BSI는 68로 2009년 3월 58 이후 가장 낮았다. BSI가 기준치인 100에 한참 못 미친 것은 기업심리가 그만큼 나쁘다는 의미다.

자금사정BSI는 지난 8월부터 3개월째 80을 기록하며 2009년 3월 74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매출실적 BSI도 지난달 79로 2009년 4월 79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18.6%에서 올해 상반기 9.7%로 절반 가까이 둔화했고, 같은 기간 기업 매출액순이익률도 6.3%에서 4.5%로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조선업 대형 7개사가 지난해 2분기 10%에서 올해 2분기 8%, 해운업이 2%에서 -13.4%, 항공업이 5%에서 -2.4%, 건설업이 2%에서 1%, 전기전자업이 9%에서 3% 등으로 급격히 나빠졌다.

전망도 밝지 않다.

11월 업황전망 BSI는 지난달에 이어 69를 유지해 2009년 4월 6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실적치가 전망치보다 10% 이상 낮은 업체(어닝쇼크)가 전체 91개사 중 46%인 42개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빚조차 못 갚는 한계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상장기업 중 한계기업의 비중은 2010년 말 14%에서 2011년 말 15%, 2012년 6월 말 18%로 증가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계기업의 채무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계기업의 단기차입금 비중은 78%로 정상기업(42%)의 두 배 수준으로 뛰어올랐고, 자금 유동성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2011년 말 91%에서 올해 상반기 82%로 떨어졌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부여한 회사채 업종 중 1년 내 부도가 발생할 비율인 연간부도율도 지난 9월 0.41%로 2001년 0.52%로 이후 최고치다.


◇당국 선제대응…기업엔 심리적 압박 우려도
금감원이 상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든 것도 기업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졌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국은 최근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불러 수시로 신용위험을 평가해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위기 상황에서는 평시처럼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기업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채권 회수보다는 자금지원을 우선하고 상생보증부대출이나 동산담보대출을 적극 취급할 것을 지시하는 등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자금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업계는 금감원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당분간 업황이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괜찮은 산업이 별로 없고 일부 긍정적인 지표도 특정 대기업 덕분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은 전체 상황이 좋지 않아 내년에도 (기업 경영이) 쉽지 않다"라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2ㆍ3차 협력업체를 돕기 위한 상생보증부대출 활성화 방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국이 대기업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보완책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엄격한 신용평가를 요구하는 당국의 방침이 자칫 살 수 있는 중소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홍성철 책임연구원은 "한계기업에는 일정부분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구조조정을 강하게 하면 신용등급이 다소 나은 기업까지 자금 사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연구원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구조조정은 기업에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다"며 "게다가 은행도 리스크(위험) 관리를 할 수밖에 없어 아무래도 공급은 이전만 못 할 것이고 앞으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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