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 도입, 日 사례 교훈 삼아야"
"대체거래소 도입, 日 사례 교훈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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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대체거래소(ATS) 허가제가 국회에 표류 중인 가운데, 일본의 대체거래소인 사설거래시스템(PTS)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자 국내도입에 앞서 보다 구체적인 사전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체거래소는 현재의 한국거래소를 거치지 않고도 주식 매매거래를 체결할 수 있는 곳으로 거래소 간의 경쟁을 통해 매매비용을 줄이고 투자자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논의돼왔다. 이는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포함돼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다.

14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9월 말 현재 일본 대체거래시스템은 시장점유율 5%를 기록하고 있다. 현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일본 PTS 거래는 지난 2000년 첫 도입 후 10년 간 시장점유율 1%를 넘지 못했다. 지난 2010년 7월 일본정부가 중앙청산소인 일본증권클리어링기구(JSCC)를 통한 PTS 거래청산과 글로벌 대체거래소인 Chi-X Japan의 일본 영업 개시를 허용하면서 점유율은 4%대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북미와 유럽의 10년 전 대체거래시스템 시장점유율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유럽이 41%, 미국이 35%, 캐나다가 38%로 일본과 차이가 크다.

일본 PTS의 더딘 성장은 최선주문집행 정책모형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일본 증권업협회는 가장 유리한 가격,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주문이 체결되는 최선주문집행이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정책모형을 제시했었다. 또 지난 2005년 4월부터는 각 증권사들에 최선주문집행 정책을 의무화했다. 주문회송 시장과 시장 선택방법을 일본금융청에 일일이 보고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일본의 모든 증권사에 PTS 및 기타 비거래소 시장에 대한 진입을 막았다는 평가다. 한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7년 전만 해도 일본의 개인투자자에게 PTS는 시간외거래시장이었다"며 "최선주문집행 정책으로 일본 증권사들은 자연스럽게 '거래소를 통한 거래'만이 최선주문집행 의무를 지키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여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PTS나 JSCC 등을 통한 거래 역시 거래소 못지않은 안정성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그럼에도 일본 증권사 대다수는 여전히 최선주문집행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실제 일본 상위 40개 증권사의 약 60%가 거래소에서만 최선주문집행 의무를 실행하도록 하는 거래소 독점정책에 따르고 있다. 단, 일본 내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전체의 60% 이상이 PTS를 포함해 시장으로부터 최선주문집행 의무를 실행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일본계 증권사는 준법부서에서 사전적으로 최선주문집행 의무를 규정하는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매출관점에서 판매력과 주문실행의 수준을 극대화해 정책을 규정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차이는 결과적으로 효율성의 차이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일본금융청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듯, 지난 10월 일정 요건을 갖춘 PTS는 5% 공개매수제도에서 면제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체거래소 도입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의 PTS 성장 정체 사례를 교훈삼아 보다 구체적인 사전논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대체거래소와 관련해서는, ATS 거래소 허가제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한 연구원은 "대체거래소 실행서비스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최선주문집행 정책을 개정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며 "특히 고려돼야 하는 것은 거래소집중의무가 아닌 IT관점에서의 실행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선주문집행 정책은 결국 시장환경의 변화, 고객의 니즈 진화, IT 시스템 성장에 따라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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