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감독원의 '전시용' 내부 개혁안
[기자수첩] 금융감독원의 '전시용' 내부 개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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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최근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금융당국 개편안이 나오자 금감원이 발 빠른(?)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9일에만 2개의 테스크포스(TF)와 한 곳의 심의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새로 추진되는 TF와 위원회의 면면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저금리저성장 TF는 지난 8일 각 금융업권별 TF 회의를 1차적으로 개최하자마자 부랴부랴 9일에 보도 자료를 만들어서 배포했다. 또 소비자보호심의위원회의 경우 당장 20일 1차 회의가 개최될 예정인데 현재까지 안건을 수집 중인 상황이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안 되는 부분은 금융감독 체계라는 하드웨어의 문제이기보다는 금융산업 전반의 소프트웨어 문제라는 권혁세 원장의 언급 하에 추진되고 있는 금융부문 소프트웨어 개혁TF 역시 현재 구성을 어떻게 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이처럼 금감원이 아직 밑그림조차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TF나 위원회를 서둘러 시장에 발표한 것은 금융당국 개편안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현 대선 주자 3인방은 저마다 금융당국 개편안을 공약에 포함했다. 문재인 통합민주당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안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금감원을 건전성 감독기구와 시장 감독기구로 분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금감원을 건전성과 시장 감독으로 나누겠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으며 여기에 공무원화까지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금감원을 금융건전성감독원, 영업행위감독원, 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 원 등 4곳으로 쪼개는 한편, 공무원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세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금감원의 조직 분리 혹은 공무원화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금융당국의 설익은 자체 개혁안이 대선 후보들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부랴부랴 마련된 방안이 향후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관련 TF와 위원회 확대로 금감원 내부는 물론 금융업계의 업무부담과 혼선으로 이어질 공산도 배제하기 어렵다. 

사실 대선후보들이 너도나도 금융당국 개편안을 발표한 것은 키코, 저축은행 사태 등 일련의 과정에서의 금융당국의 '무능(無能)이 주된 배경이 됐다. 전시용 개혁안에 앞서 철저한 내부 정화노력과 자기반성, 그리고 좀더 일찍 이같은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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