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 논란에 시비걸기
재정건전성 논란에 시비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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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스스로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집단들이 한마디씩 거들고 나서는 것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올 대선을 앞두고도 그런 집단들이 줄을 잇는다. 전직 경제수장들이 모여 25일 창립식을 가진 건전재정포럼도 그중 하나일성 싶다.

경제부총리 출신의 강경식, 진념과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의 강봉균 제씨가 참여하고 박재완 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축사를 한 포럼 창립식에서는 당장 내년 예산안을 놓고 훈수를 뒀다. 복지확충은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한다.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이 가시화될 때까지 결코 ‘복지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말도 분명 일리는 있다. 한국의 복지 수준이 지금 복지의 늪에 빠질 걱정을 할 정도인지가 문제일 뿐.

올해 정부가 내놓은 내년 예산안은 오히려 복지예산이 올해보다도 줄었다. 뿐만 아니라 균형예산이라고 선전해대는 내년 예산 가운데 흑자를 보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하면 적자예산이 되는 셈이니 복지가 재정건전성을 해친다는 발상이 구태의연할 뿐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앞으로 복지예산을 늘려 나갈 수밖에 없으니 아직은 복지를 늘리지 말라는 주장도 나왔다. 파이를 키운 후에 분배를 말하라던 개발독재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언제까지 낡은 레코드판을 반복해 돌릴 예정인지 궁금하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고정관념의 무서움이 마치 식민지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들의 추억 속에 맴도는 일본문화의 찌꺼기에 대한 향수를 보는 것만 같다. 개발독재 시절에 머릿속에 박혀버린 고정관념으로 지금 훈수를 두는 일은 괜한 말참견일 뿐이다.

더욱이 IMF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인 강경식 같은 이가 그간 반성 한번 없다가 이제 와서 경제정책에 대해 훈수를 둘 입장인지도 궁금하다. 국가부도 위기가 코앞에 닥칠 때까지도 대선국면만 넘기고 보자는 식으로 버티기를 시도했던 그가 아닌가.

앞으로 복지예산은 해마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개발독재시절의 성장을 주도했던 2차산업에만 매달려 성장의 꿈을 꾸기에는 우리의 산업 환경도 크게 변했고 세계적인 흐름도 달라졌다.

복지서비스도 이제는 산업의 개념에서 바라봐야 한다. 민간 부문 뿐만 아니라 국가가 경영하는 복지서비스도 그 자체로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재화의 순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복지를 거지 동냥 주는 것쯤으로 여기는 사고는 용납될 수 없다.

게다가 툭하면 선진국 진입을 노래하는 이들에게 복지수준을 현재 상태로 두고 무슨 선진국 타령인지 묻고 싶다. 개인이라도 그저 돈만 많다고 상류층이 되지 못한다. 국가 역시 돈 좀 벌었다고 그것만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것도 아니다.

세계 10위권을 넘본다는 지금도 여전히 허리띠를 졸라매라고만 하면 언제쯤 곳간 문을 열어 그간의 수고를 스스로 위로하겠다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그냥 쌓아두고 대다수 국민들은 관념적으로만 “우리 부자 됐다”고 자위나 하라는 얘기인가.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하다던 일본의 그 악착같은 성장이 지금 어떤 몰골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이나 하고 있는가.

물론 재정적자가 과도해지면 위험한 것도 사실이다. 재정건전성을 높여나가는 것이 요즘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누구나 인정할 바다. 핵심은 ‘세수를 어디에서 더 걷고 어디를 줄여줄지, 재정지출은 어디를 줄이고 어디를 늘릴 것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다. 복지를 단순 소비로만 보는 시각으로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지금 수준에서 나아가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는 끝까지 토목에 매달려 내년 예산에서도 복지예산은 줄이는 대신 SOC예산은 늘렸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토목이 제일이라는 MB의 고정관념도 결국 건설회사에서 큰 그의 경험 범주에서 맴돌고 있는 사고의 한계다. 대한민국을 일개 건설회사로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다.

훈수꾼들도 MB와 똑같다. 그들에게 난관 극복의 수단은 늘 복지축소, 임금삭감 뿐이다. 수출시장은 끝없이 넓고 내수는 단순 소비확대일 뿐이다. 40~50년 전의 꿈속을 헤매는 이들의 잠꼬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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