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정책, 예금자엔 고통 vs 정부엔 이득
저금리 정책, 예금자엔 고통 vs 정부엔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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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들, 정부에 보조금 주는 셈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퇴직자 빌 타렌은 지난달 자신의 예금계좌 연이율이 고작 0.4%인 것을 발견했다.

지난해 평균 물가상승률이 2.8%인데도 예금이자는 지나치게 낮은데 화가 난 타렌은 돈을 모두 찾아 침대 매트리스 아래 깔아놓기로 하고, 이렇게 하면 적어도 내가 원할 때 돈을 볼 수는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중국의 IT정보통신기술 전문가 장 룽은 이자율도 낮은데 은행에 예금한 돈이 시들어가는 것을 보다 못해 다시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이자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정부는 오히려 낮은 금리로 이득을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지금처럼 세계 각국의 이자율이 대부분 낮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금리는 시장에 의해서도 결정되지만, 정부 정책에 의해서도 결정되며 많은 정부가 차입 비용을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에 의지하는 시민에게는 나쁜 소식이겠지만 정부처럼 돈을 빌려야 하는 대상에게는 낮은 이율이 유리하다.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이자율은 정부가 빚을 갚고 세금 인상이나 지출 삭감 없이 예산 운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저금리 정책으로 은퇴자들을 포함해 은행 예금을 보유한 시민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부에 보조금을 주는 셈이다.

10년 전 은퇴한 도로시 브룩스는 최근 다시 지역 학교에서 일하기로 했다.

그녀는 "내 돈을 그냥 예금에 넣어둘 수는 없다. 그런다고 해도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가 금리를 낮추면서 이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 2차대전 당시 선진국의 이자율은 평균 0% 이하로 유럽과 미국, 일본은 전쟁에서 진 부채를 서서히 줄이는 데 낮은 금리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경제 성장이 활발했던 2차대전 이후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할 수는 없다며 저금리 정책이 다시 성공할 것이라는 데 의문을 표했다.

NYT는 저금리 정책을 시행해 온 주요국의 경제 성장이 이미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자율을 낮게 유지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소비를 억제하고 취약한 은행과 연금기금이 더 위험을 감수하도록 하고 있다며 결국 민간 대출이 설 자리가 없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쉴러 예일대(경제학) 교수는 "저금리 정책을 쓰는 이유는 누가 세금을 내느냐 하는 정치적 논쟁을 피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저금리의 영향을 고려했다면 좀 더 주의 깊게 계획된 경기 부양책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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