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부유층 조세부담 확대해야"
"대기업·부유층 조세부담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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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2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인하해 1200억원을 확보하고 파생상품 거래세 과세로 1000억원을 확보하는 등의 방식으로, 5년간 도합 1조66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기획재정부가 해마다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때 집권당과 협의를 해왔기 때문에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새누리당의 것과 80~90% 이상 일치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문제는 그 세수효과가 너무 적다는 데 있다. 내년에 겨우 1천900억원에 불과하고, 향후 5년 간을 합쳐도 1조66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재원조달 공약으로 제시한 2013년 목표 5조원, 향후 5년간 목표 26.5조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욱이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고, 또 0~5세 영유아에 대해 전면 무상보육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반값등록금을 실천하려면 4조원이 추가로 필요하고, 0~5세 영유아 전면무상보육의 경우도 6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와 새누리당이 협의해서 내놓은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내년도 추가세수 목표는 겨우 2000억원이다.
또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즉시연금에 대한 비과세제도는 폐지하면서 동시에 사적연금에 대한 감세를 병행했다. 일관성 없는 고소득층 퍼주기라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각론에서도 문제점들이 보인다. 

우선 세제를 통한 연금 지원정책을 들 수 있다. 바람직한 연금 지원정책은 공적연금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고소득층이 주로 가입하는 사적연금 돕는데 열중하고 있다. 정부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면 사적연금에 대해서 정상적으로 과세하고 거기에서 나온 세수로 공적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적 효율성도 높아진다.  저소득층의 소득 대비 소비액 비율, 즉 평균소비성향이 고소득층보다 높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 하면서도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근로장려세제 지원액을 고작 900억원 늘리는데 그쳤다. 그 액수가 너무 적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간에 소득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차상위계층의 불만이 고조되는 이유는 하루 온종일 10시간 이상 일하고도 기초수급자보다 소득이 더 낮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근로장려금 지원을 대폭 확대해서 근로의욕을 높이고, 더 나아가 저소득층 지원정책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다른 복지분야에는 연간 수 조원을 쏟아 부으면서도 이들에게는 5000억 원도 지원 안하는 것은 정상적인 재원배분이라 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과거 삼성경제연구소가 주장한 바 있고, 최근 조세연구원이 기획재정부의 의뢰를 받아 관련 보고서를 낸 바 있는 ‘과표구간 물가연동제’가 빠졌다는 것이다.

과거 삼성경제연구소 등은 누진세의 과표구간을 고정시켜 놓을 경우 세부담액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높기 때문에, 이것을 물가상승율과 연동시켜서 세부담액과 소득 증가율을 같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GDP 대비 소득세 비율이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되고 상위 20% 계층의 소득 대비 소득세 비율이 미국의 절반도 안되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또 엄청난 부자감세가 일어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이와 관련 최근 조세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소득세 과세표준 1200만원 구간을 1500만원으로 올리고, 4600만원 구간을 8800만원으로 올리며, 8800만원 구간을 1억 3000만원으로 올리자고 제안해 시민단체들을 바짝 긴장시킨 바 있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의 추정에 따르면 조세연구원의 주장대로 세제개편이 이루어진다면 5조원에 가까운 부자 감세가 또 추가로 이뤄진다.

정부가 추가적인 세제개편을 한다면 어떤 방식의 세제개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선 첫째로 소득세, 법인세 부분에서 부자감세를 철회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복지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부유층들과 대기업들의 소득 대비 세부담액 비율이 선진국보다 현격히 낮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의 조세부담을 좀더 늘릴 필요도 있다. 

이와 함께 보수와 진보 양진영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과도하게 늘어난 비과세, 조세감면을 대폭 줄일 필요가 있고, 또 파생상품 거래세 세율도 EU수준으로 대폭 높이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도 정부안보다 더 낮출 필요도 있다.

그래야 새누리당과 민주당 대선후보들 공약의 일부나마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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